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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번역/단편

[레딧공포번역글]탈부착식 얼굴을 가진 내 아내.

by 김B죽 2020.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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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사는 우리의 세번째 데이트에서 이것에 대해 이야기 해 줬어.

우리는 그녀의 소파에 앉아서 영화를 보고 있었고 내가 그녀에게 키스하기

위해서 다가갔을때, 그녀는 내 얼굴을 붙잡고 나를 막고는

 

"당신이 알아야 할 게 있어요."

 

하고 말했어. 나는 마음의 준비를 했지, 그래 오는구나.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된 거 같아. 물론 당신탓은 절대 아니야.'

그건 내가 그녀에게서 가장 듣고싶지 않은 말이었는데,

왜냐면 나는 그녀에게 완전히 빠져있었기 때문이야.

 

"좋아."

 

"제 얼굴은 탈부착식이에요."

 

이건 좀 새롭네.

 

"얼굴이 뭐라고?"

 

나는 웃음이 터지기 직전이었지만 그녀는 진짜 완전히 진지해 보였어.

 

"제 얼굴이 탈부착식이라구요."

 

"어..그거 무슨 비유나 그런거야?"

 

"아뇨. 제 얼굴은 말 그대로 탈부착식이에요. 자 가까이와서 봐요."

 

그녀는 그녀의 턱을 들어올려 손가락으로 턱선을 따라 훑으며 말했어.

 

"여기 자국이 보이죠?"

 

혼란스러웠던 나는 그녀의 목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칭찬한 뒤

자세히 들여다보니 눈치채기 정말로 어렵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목으로의 변화가 좀 부자연스럽긴하더라고.

난 머릿속에 몰아치는 여러개의 질문과 함께 더 혼란스러워짐을 느꼈지.

 

"왜 어째서따위 같은 질문을 할 생각은 하지마세요."

 

사만사가 말했어.

 

"말해 줄 수 없으니까요. 만약 이게 문제가 된다면 지금 당장 떠나줘요.

 난 당신을 좋아하고 우리가 다음 단계로 가길 원하지만 이걸 받아들일

 수 없다면 당신을 보내드릴게요."

 

"알겠어."

 

난 무슨일이 일어나는 지 확신하지 못한채로 말했어.

 

"문제 없어. 그래서 뭐? 탈부착식 얼굴이 있다고? 무슨관이야, 보기 좋기만한데."

 

"한가지 더 있어요. 하루에 한번 보통은 저녁인데, 얼굴을 제거해서 안쪽을

 소독해줘야만 해요. 만약 그렇지 않으면 얼굴이 상해요. 한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날그날 다르긴해요. 이 시간동안은 당신은 절대로 내 진짜 얼굴을 봐선 안돼요.

 절대로요. 아시겠어요?"

 

"어..알겠어. 알겠다구. 물어보지말고..당신의 '진짜'얼굴을 보지 말 것."

 

사만사는 자리에서 일어났어.

 

"이제 화장실에 가서 얼굴을 씻고 올건데, 그럼 당신한테 방금 한 말을 생각할만한

 시간이 충분히 있을거에요. 내가 돌아왔을때 당신이 남아있다면.....그럼 좋겠지만,

 당신이 떠난다고 하더라도....이해할게요."

 

그녀는 그렇게 그녀의 침실로 향했고 난 거기 앉아서 충격에 휩쌓인채 조용히

화장실 문이 닿히는 소리를 들었어.

 

나는 차분히 앉아서 진지한 생각에 빠졌고

이게 일종의 장난일 수도 있단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했다가

어쩌면 망상의 일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어.

아니면 정말 사실일 수도 있지 않을까?

뭐, 당연히 특수 분장같은 거라면 배우의 얼굴을 완전히 바꾸는 것도 가능할테니

그녀가 말한 '탈부착형 얼굴'을 매일 쓰는 것도 가능하겠지.

아니면..그녀는 끔찍한 사고로 인해서 얼굴이 엉망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염산같은거에 얼굴이 녹아버렸거나 화상을 입었다던지,

아니면 무슨 기계에 피부가 찢겨져 버렸다던지 말이야.

만약 그런거라고 해도 그녀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보지 않기로 약속한 이상 난 절대로 모르겠지만.

 

난 그녀의 맨 얼굴을 상상해봤어. 근육이 드러나고 썩은 날 것의 얼굴을..

만약 그게 내가 키스하려던 얼굴이라면 나는 그녀에게 키스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피부아래는 우리 모두가 똑같지 않나?

그저 근육과 뼈와 피 그리고 말캉한 장기들.

 

나는 머리칼을 쓸어넘기면서 거실을 뱅뱅 돌며 생각에 잠겼어.

나는 사만사를 좋아했어. 아주 많이.

그녀는 똑똑하고, 재밌고...그리고 아름다워.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진짜일까?

진짜 얼굴이 아니라면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애초에 이런 걱정을 하는 내가 너무 얄팍하게 구는건가?

 

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왔을때 나는 여전히 자리에 있었고

사만사의 웃는 모습을 본 나는 사랑에 빠졌지.

 

우리는 데이트를 하고, 함께 살기 시작했고, 마침내 결혼을 하기로 결심했어.

 

대부분의 경우에는 평범한 다른 사랑에 빠져서 삶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다른 커플과

다를 바가 없었어. 낮동안에는 얼굴에 대해서 잊어버리기가 별로 어렵지 않았지.

왜냐면 어떤 특정 각도나 빛 아래에서만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뿐,

충분히 자연스러워 보였거든.

 

하지만 매일 밤 사만사가 화장실에 한시간 혹은 두시간씩 들어가서 그녀의 얼굴을

씻어내고 있을때는 항상 똑같은 호기심이 날 사로잡았어.

난 홀로 앉아서 그녀의 얼굴아래 대체 무엇이 있을지 생각했는데,

몇 번인가 그녀에게 물어볼까 고민했지만 한번도 그러진 않았어.

 

물론 때때로 그녀에게 물어보기는 했어. 어떤 일이 일어나는건지 뭐 아무거나말이야.

어떻게 탈부착형의 얼굴을 그렇게 진짜같이 보이게 하는건지,

그 아래는 진짜로 어떻게 생긴건지 같은 것들 말이야.

나는 그녀에게 내가 무조건적으로 그녀를 사랑한다고 속삭이면서

그녀의 진짜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상관 없다고 설득하려 해봤어..

난 진짜로 궁금할 뿐, 그게 전부였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내게 그것에 관해서 절대 이야기해주거나 보여주지 않았어.

사만사는 내가 정말로 귀찮게 굴지 않는 한 화내지도 않았고 그저 어깨를 으쓱하고는,

 

"당신 보지도 않고 묻지도 않기로 약속했잖아."

 

나는 그 누구에게도 사만사의 탈부착형 얼굴에 관해 말한적이 없었는데,

그녀가 부탁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저 누군가 알아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해서야.

 

딱 한 번을 제외하고.

 

그건 내 총각파티때의 일이야.

우리는 빅 쉬르에 있는 객실 몇개를 빌려서 밤새 술을 마시고 약을 빨거나 하며 놀았어.

모두 다 지쳐 쓰러지고 해가 우리 뒤편에서 떠오르기 시작할 때 거대한 절벽위에

나는 내 친구 크리스와 함께 앉아서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걸 내려다 보고 있었지.

 

크리스는 내 가장 친한 친구로, 거의 내 형제나 다름없는 녀석이야.

우린 함께 자라며 서로의 대학에도 자주 놀러왔고 매 여름을 함께 보내왔는데

비록 대학 졸업 후 각자 다른 도시로 떠나게 됐어도 여전히 연락하며 가깝게 지내왔어.

 

그 절벽위에 서서 나는 크리스에게 사만사의 탈부착형 얼굴에 대해 말해줬어.

처음에 그는 내가 장난치는 줄 알더라고.

그러고는 질문을 끊임없이 쏟아냈는데, 대부분은 내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지.

 

"그 아래에 대체 뭐가 있는데?"

 

"나도몰라 임마. 모른다고."

 

"궁금해 미칠 거 같지 않고?"

 

난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어.

 

"내가 모르는 게 한두가지냐? 미적분도 할 줄 모르고,

 죽고나서 뭔일이 있는줄도 모르는데."

 

"아니, 야. 니 와이프 될 사람이잖아.

 근데 너는 그 여자가 진짜로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고?

 봐바, 뭐 카메라같은 거라도 화장실에 설치할 수 있잖아.

 화장실 맞지 그 뭔가 한다는거?

 아무튼 거기다가 카메라 한대 설치하면 알 수 있잖아."

 

난 한숨을 쉬고는,

 

"그래 미치겠다. 내가 아무리 물어봐도 그냥 보지 말라고만 하니까.

 존중해 줘야지 어쩌겠냐? 그게 사랑이란거야."

 

"하하하하하하!

 니가 여자를 존중하는 것에 대해서 말한다고?

 진짜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그러고는 우린 해가 뜨는 동안 그냥 다시 옛날얘기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

 

크리스가 지난주에 일 때문에 우리 동네로 출장을 오면서 우리 집에서 주말동안

묵고가게 된 일이 있었어. 빅 쉬르에서 나눴던 대화가 4년 전이었는데,

그 이후로 계속해서 가깝게 연락하면서 지내고 각자 다른 지역에서 다 큰 어른이

되어가는 동안에조차 우리는 한번도 사만사의 탈부착형 얼굴에 대해서 얘기한 적 없었지.

 

그건 토요일 저녁에 있었던 일인데 말이야.

내가 직장에서 온 문자를 받았을 때 우리는 뒷마당에서

막 구운 스테이크를 맥주와 함께 해치운 참이었어.

 

"이런 젠장...잠깐 일 때문에 전화 좀 해야겠어."

 

"심각한거야? 토요일 저녁에 해야 될 정도로?"

 

사만사가 인조속눈썹을 치켜뜨며 물어봤지.

 

"내 가장 중요한 고객이야 미안해 자기야."

 

"어쩔 수 없지 뭐. 난 뒷정리나 해야겠네 그럼. 당신은 어쩔래요 크리스?"

 

"전 괜찮아요. 여기 맥주도 있고, 게으른 당신 남편이 건드릴 맘이 전혀 없어보이는

 잡초들도 좀 뽑죠 뭐. 저 토마토들 좀 봐..거의 숨막혀 죽겠는데요!"

 

난 눈알을 굴리며 옆마당으로 나와서 전화를 걸었어.

 

한 15분쯤 지났을 때 집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는데,

내 가장 친한 친구와 내 아내 두사람 모두가 공포에 질린 비명을 내뱉고 있었어!

 

나는 핸드폰을 떨어뜨리고는 집 안으로 달려들어가 우리 침실로 향했어.

문을 열자 안방의 화장실 문 또한 열려있는 게 보였어.

 

"들어오지마!!!"

 

사만사가 소릴질렀어.

 

"나 지금 얼굴 없는 상태야!! 앰뷸런스 불러줘! 그가 봤어! 이럴수가, 크리스가 봤다고!!!"

 

그녀의 목소리는 완전히 공포에 질려있고 다급해서 나까지 조급해지게 만들었어.

그리고 나는 화장실 안으로 뛰쳐 들어가고 싶었지만 순간적으로 그게 실수라는걸 알았어.

 

사만사가 내가 그녀의 진짜 얼굴을 보지 않기를 바란 것은 부끄러움 따위 때문이 아니라

단지 나의 안전을 위해서 였던거야.

 

크리스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을 쳐서 화장실에서 나왔는데, 그의 손에는

한쪽 끝이 펼쳐진 종이클립이 들려있었어. 아마 자물쇠를 따는데 사용한 거였겠지만

이제 그는 뭔가 헛소리를 중얼거리며 자기 두 눈을 그 클립으로 계속 찌르고 있었어.

크리스는 완전히 정신이 나간 것 처럼 보였고 그의 모습을 보고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지.

 

"빨리 망할 앰뷸런스 부르란 말이야!!! 들어오지말고!! 크리스는 이미 봐버렸어!!!"

 

사만사는 소리를 질렀고 나는 다시 마당으로 뛰쳐나와 새로 깐 잔디위에 떨어져 있는

내 핸드폰을 집어들었어. 내 고객은 여전히 끊지않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가 대체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비명소리는 뭐였는지 물어보더군.

난 고객의 전화를 끊고 119에 전화를 걸었어.

 

구급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크리스는 복도에서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고,

사만사는 훌쩍이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어.

그녀의 얼굴은 붙어있었지만 뭔가 서두른 탓인지 어딘가 약간 이상해 보였지.

 

지난 한 주 동안 내 세상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어.

 

내 가장 친한 친구는 자살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정신병원에 갖혀버린데다가

뭔가 폭력적인 행동을 하거나 조증상태에 빠져있거나 할 때가 아니라면

그저 두 눈이 완전히 멀어버렸고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유지되고있어.

의사들은 그의 상태가 일시적인 거라고 희망적 관측을 하지만

그들은 뭐가 그를 이렇게 만든건지 모르기 때문에 그러는거야.

왜냐면 내가 구급대원들에게 크리스가 환각버섯에 잔뜩 취해서 그렇게 됐다고 했거든.

 

나는 진실을 말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어.

대체 누가 내 아내의 '진짜'얼굴이 한 사람을 완전히 미쳐버리게 만들거라고 생각하겠냐고.

최선의 경우라고 해봐야 우리는 긴 조사의 대상이 될테고,

최악의 경우 우리는 우리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사만사의 얼굴을 누군가에게 보여줘야겠지.

그렇다면 또 똑같은 일이 일어날거야. 그리고나선?

잘 모르겠군..솔직히 알고싶지도않아.

사만사의 경우에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녀의 얼굴을

누구에게도 보여주려 하지 않겠지..

 

나는 경찰로부터 내 진술을 확인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고,

병원에서는 크리스의 혈액에서 마약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어.

하지만 이건 반감기가 굉장히 짦아서 그런 일이 자주 있어.

만약에 병원에서 모발검사를 한다면 좀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이건 별로 걱정되지도 않아.

 

사만사도 좀 상태가 이상해.

그녀는 여전히 얼굴을 씻어내긴 하지만 전처럼 주기적이진 않아.

그리고 그녀의 얼굴은 이제 언제나 좀 삐뚤어져보이기도 하고.

이제는 냄새도 좀 나기 시작했어.

 

난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고 몇번이나 설득해보려 했어.

 

"그는 알고 있었어. 내가 크리스한테 절대로 봐서는 안된다고 얘기했었어.

 크리스는 그걸 알고도 화장실에 들어갔던거야. 절대로 자기잘못이 아니야.

 제발 뭐라고 말 좀 해봐 자기야."

 

"내 잘못이 아니라고? 누군가 내 망할 얼굴을 보는 것 만으로도 미쳐버리는데?

 제발, 그냥 나 좀 혼자 내버려둬."

 

나로서는 최선을 다 하고 있지만...

진짜 이상한 거 하나 알려줄까?

크리스한테 있었던 일을 보고서도 나는 여전히 내 아내의 진짜 얼굴이 너무 궁금해.

사실은 말이야, 그 어느때보다도 더 궁금해.

 

 

 

 

 

 

 

 

 

 

 

 

 

 

 

 

내용 및 소재가 꽤 파격적이죠.

이런 다른 단서를 주지않고 미스테리로 끝나는 이야기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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