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90년대 초반 쉐프와 편집자인 부모님 아래에서 둘째로 태어났습니다.
저보다 3살 위의 형 일라이는 항상 제가 우러러 본 대상으로
저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한 사람이지요.
일라이는 다른 일반적인 형들과는 달랐어요.
나에게 못되게 군 적도 없고 심지어 우린 싸움한번 한 적이 없습니다.
일라이는 조용하고 책읽기를 좋아하고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혹은 스스로의 생각에 빠져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걸 즐겼죠.
형이 영향을 미친것은 저 뿐만이 아니었는데,
형은 형의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어리고 조용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누가봐도 형이 리더격이었으니까요.
선생님들은 교회의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형을 굉장히 아끼셨습니다.
아마 제가 형의 이런 점을 질투했다고 생각하실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반대였습니다. 저는 다른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형을 대단하게 생각했고 이 모든것을 당연히 생각하며 형이 언젠가
세상에 나가 대단한 일을 해낼거라고 생각했죠.
맨 처음 그 일이 일어난 것은 제가 다섯살때의 일입니다.
형과 저는 마당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형이 별안간
일어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집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는데,
제가 싫다고하자 형은 차분하게 반복해서 저를 설득했습니다.
결국 저는 형의 손에 이끌려 집 안으로 들어왔고 채 5분도 지나지않아
갑자기 번개가 저희 뒷마당의 오래된 나무에 내리쳤습니다.
그리고는 가장 큰 가지가 저희가 놀던 바로 그 자리에 떨어졌죠.
그 당시에는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대체 형이 무슨수로 알아차린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어쨌든 형은 우리 둘 모두의 목숨을 구했던겁니다.
그 후로 제가 자라는동안 그런일은 계속해서 일어났어요.
형은 저나 형의 친구들, 심지어 가끔씩은 부모님에게까지
무언가 일어나기 전에 알려주었죠. 한번은 형이 아버지에게
할머니께 전화를 걸어 우리가 얼마나 할머니를 사랑하는지
말해달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당혹스러워 하시며 형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았어요.
그리고 다음날 할머니께서는 잠에 드신채로 돌아가셨습니다.
또 한번은 형의 친구 제이콥이 꼭 우리집에서 자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한적이 있는데, 그날밤 제이콥의 아버지가 제이콥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살을 했어요. 형이 말이 많은 타입은 아니었지만
무언가 이야기 할때 반드시 귀기울여야만 했던거죠.
형이 자주 말해주었던 한가지 중에 내가 몰랐으면 했던 게 있습니다.
제가 여섯살이고 형이 아홉살이던 때의 일로,
형에게 나중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저희는 우리 방에서 놀고 있었는데, 저는 바닥에서 레고를
가지고 노는 중이었고 형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었습니다.
형은 마치 생각에 빠진 것 처럼 얼굴을 찡그린뒤 저를 보지도않고 말했어요.
"나는 자라지 않을거야."
어린 제가 느꼈을 당혹감이 상상이나 되시나요?
모두가 자라서 언젠가는 어른이 되는데 말이에요. 어린 저에게
자라지 않는다는 건 너무나 말이 안되었습니다.
"무슨소리야 형? 나는 나중에 커서 공룡이 되고싶은데, 형은 뭐 되고싶어?"
형은 몇초간 아무말도 없다가 저를 보고는 웃으며 말했어요.
"음...광대가 되는건 어떨까? 다른 사람들을 웃게 해줄수있잖아!"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희가 키우던 생쥐가 죽은일이 있었는데,
그날밤 제가 얼마나 펑펑 울었었는지도 기억이 나네요.
저는 잠들기 전에 형에게 왜 부모님이 미키가 절대 돌아올 수 없다고
했는지 물어봤고, 형은 저에게 퉁명스럽게 대답했어요.
"그건 미키가 죽었다는 뜻이야 데이비. 미키는 가버린거야.
나도 곧 그렇게 될거고."
"뭐? 형은 영원히 내 형이어야지!"
"그래..우린 언제나 형제지 데이비. 그래도 11시까지 깨있진 않을거야."
나는 방에 있는 코끼리 시계를 쳐다봤고 시간은 9시 6분이었습니다.
당연히 2시간이나 남았는데 11시까지 깨있진 않았을테죠!
저도 형을 따라 금새 잠들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 어린나이에 너무나 많은 것을 안다는게 어떤건지 궁금해요.
심지어 자신의 죽을 날 까지도 알고 있는것이 대체 어떤것인지 말입니다.
제가 여덟살이 되던 해 부모님은 생일파티를 열어주셨어요.
모두가 뒷마당에 모여 파티를 하고 있었고, 생일파티에 초대된 아이들은
술래잡기를 하며 놀고 있었습니다. 형은 혼자 조용히 테이블에 앉아
오렌지 주스 한잔을 홀짝이고 있었어요. 나는 다른아이들과 놀고싶긴했지만
그보다는 형과 같이 앉아있고 싶었죠. 난 형에게 달려가 옆에 털썩 앉았어요.
"형!"
형은 저를 보며 미소짓고는 마당을 흘끗 쳐다보았습니다.
"난 네달 후면 떠나야해 데이비. 형 없이도 잘 지낼 수 있지?
아니다, 내말 잘 들어 데이비. 파란옷을 입은 남자를 조심해야돼."
나는 마당을 둘러보았고 어른들 중에 파란옷을 입은 사람을
두명 찾아냈지만 두명 모두 별로 제 주의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한명, 금발에 차가운 눈을 한 남자가 우리를 보고 있었어요.
그는 한손에 빨간 플라스틱컵을 들고 천천히 홀짝이며 마치 호랑이가
사냥감을 살피듯이 우리를 관찰하고 있었지만, 노란 셔츠를 입고있었죠.
그 외에는 형이 말한것과 일치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무슨소리야?"
"내가 떠나고 나면, 파란옷을 입은 남자를 조심해. 엄마아빠는 많이
슬퍼하시겠지만 나는 더 좋은곳으로 가는거야 데이비.
너도 너무 슬퍼하지는 말았으면해. 알겠어?
너에게는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이 있어."
"알겠어."
나는 여전히 형이 무슨말을 하는건지 잘 이해하지 못한채 대답했고,
형의 말대로 네달뒤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엄마는 아주 잠깐 우리에게서 눈을 뗐고, 나는 손에 든 게임기에
완전히 정신이 팔려 주변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몰랐어요.
엄마가 형이 어디갔는지 물었을때 저는 당황했습니다.
형은 몇초 전까지만 해도 바로 옆에 있었으니까요. 엄마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걱정스럽게 우리를 쳐다봤어요.
쇼핑몰을 샅샅히 뒤져봤지만 형의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았죠.
2주뒤에 형을 납치하고 살해한 남자가 붙잡혔지만,
저는 그 이후로 완전히 다른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형의 장례식 날이 아직도 기억이 나요. 제가 입었던 양복은 뻣뻣하고
간지러웠고, 교회에 몰려든 인파로 인해 제 얼굴에선 땀이 흘렀죠.
저는 울고싶었고 그냥 뛰쳐 나가고 싶었어요. 뭐라도 하고싶었지만
그저 8살난 꼬맹이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저는 교회에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았고 몇사람이 파란 양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내 형의 실종과 관련이 있는지 생각했어요.
심지어 목사님이 파란 옷을 입고 있어서 악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제 무례함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전 신경쓰지않았죠.
저는 제 형을 잃었으니까요.
나는 형을 죽인 남자의 이름을 절대 잊지 않겠지만, 그를 실제로
만나 본 적은 없습니다. 제가 나이가 들고 그에 대해서 찾아보았을때,
모든 사진 속에서 그는 주황색 죄수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가 형을 해친 그날을 파란옷을 입고 있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제 편집증은 계속해서 저를 괴롭혔고 이제 저는 형이 정말로
제가 파란 옷을 입은 남자를 경계하라고 이야기했던건지 궁금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어린시절부터 자라는 내내, 항상 경계하고 의심해왔어요.
형의 말을 따르는 것보다 나은 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죠.
형이 그러라고 했으면, 다 이유가 있었으니까요.
제가 19살때 테리라는 여자를 만났어요. 그녀는 제가 만난 사람들중
가장 아름다웠고 만난지 2달도 되지않아 저는 그녀가 제 반쪽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2년간의 연애끝에 그녀는 저를 차버렸고 제 끝없는
어둠속을 비추던 단 하나의 빛이 사라져 버렸죠.
저는 형에 대한 악몽속에 혼자 남겨졌고, 제 고통스러운 상황을 술로
모면해보고자 했지만 그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제 슬픔은 분노가 되었고 그 분노는 미움으로 바뀌고 곧 자기혐오가 되었어요.
이제는 더이상 삶에 대한 어떤 미련조차 남지 않았죠.
저는 제 룸메이트가 총을 두는 장소를 알고 있었고,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는 때를 기다렸다가 일을 치를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부모님에게 실망시켜드려서 미안하다는 글을 적어내려갔어요.
제 인생에서 이룬 게 아무것도 없어서 미안하다고, 먼저 남겨두고 가는것이,
형처럼 되지 못한게 미안하다고 적었습니다.
침대에 앉아 총을 장전하고 제 맞은편의 전신거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순간 형이 했던 말이 갑자기 제 머릿속에 떠올랐고,
모든것을 포기한 제 마음을 울리기 시작했어요.
'너에게는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이 있어.'
저는 파란 셔츠를 입고 있었어요.
그 순간 저는 너무나 많은 감정이 휘몰아쳐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조심스럽게 총을 내려놓고 8살 이후 처음으로 울기 시작했죠.
형은 자기가 죽은지 수십년이 지난 뒤에도 자기 어린 동생인 나를
돌봐 줄 방법을 찾아낸거였어요.
그 이후로 저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슬픔이 모두 사라진것 처럼 굴지는 않았지만,
슬픔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습니다. 새 여자친구도 사귀었고
괜찮은 직장도 구했어요. 부모님도 가능한 많이 찾아뵙고있어요.
저는 제가 살아갈 날들을 가능한 즐기려고합니다.
제 형 일라이가 저에게 바랬던 것 처럼요.
감동글에 더 가까운걸 ㅜㅜ
'공포번역 > 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딧공포번역글]기억상실증. (0) | 2020.07.18 |
---|---|
[레딧공포번역글]상자 속의 내 아기. (0) | 2020.07.16 |
[레딧공포번역글]내 죽은 언니의 일기장을 발견했어...언니는 미친게 아니었던거야. (0) | 2020.07.15 |
[레딧공포번역글]응급전화. (1) | 2020.07.15 |
[레딧공포번역글]1984년 11월 1일. (2) | 2020.07.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