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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번역/단편

[레딧공포번역글]내 죽은 언니의 일기장을 발견했어...언니는 미친게 아니었던거야.

by 김B죽 2020.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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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에 내 언니의 가족들, 그러니까 언니랑 형부 그리고 5살 난 어린 조카

이렇게 세 가족이 우리 가족소유의 작은 호숫가 별장으로 휴가를 떠났다가

모두 죽은 채로 발견된 일이 있었어.

 

내 형부는 약물검시에 따르면 만취한 상태로 호수에서 익사했다고 하고

그에 따라 남편이 죽은 걸 발견한 우리 언니가 미쳐버려서

어린 딸을 살해하고는 헌팅라이플로 스스로 자살했다는 게 최선의 추측이었지.

 

그 이후 우리 가족중 누구도 별장에 방문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누구든 그 별장을 사 줄 생각이 있다면 팔아치우기로했어.

그래서 어제 나는 별장을 정리하기 위해서 별장으로 향한 참이야.

우리 부모님께는 별장 얘기조차 꺼낼 수 없어서 도와달라고 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도 내 남자친구가 해외에서 들어오는 즉시 나를 도우러 와주겠다고했어.

(내 남친은 일 특성상 해외로 자주 전근을 나가야해)

 

남친이 도착하기 전까지 나는 별장에 남은 물건들 중 기부할 것들과

버릴것들 그리고 챙길것들을 나누기 시작했어.

별장의 상태는 당연히 엉망진창이더라구. 바닥과 창틀은 먼지가 가득 쌓여있었고

과일들은 부엌 카운터위에서 썩어가는 채로 방치되어 있었어.

호숫가로 향하는 작은 테라스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마구 엉겨붙은 진흙투성이로

간단히 말해 청소해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얘기지 뭐.

 

이른 아침 내가 안방 침실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을때

나는 내가 몇년전에 언니에게 주었던 은 팔찌를 발견했어.

지난 1년간 나는 내 언니와 조카의 죽음에 점점 무뎌지고 있다고 생각했었지.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을 겪을 때 우리의 뇌는 그 기억을 한켠에 묻어두고

마치 그런일이 없었던 것처럼 굴어. 왜냐면 그렇지 않으면 견딜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내가 그 팔찌를 본 순간, 그 부드럽고 차가운 금속이 내 손에 닿는 그 순간에

날카로운 고통이 내 심장을 찌르고 모든 내장이 옥죄어지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어.

나는 팔찌를 손에서 놓쳤고 팔찌는 가볍게 튕겨져 침대 아래로 굴러떨어져버렸어.

 

스스로를 조금 추스르고 나서 나는 팔찌를 찾기 위해 침대아래 손을 밀어넣어

이리저리 뒤적여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어.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침대보를

조금 들춰서 침대아래를 살펴보는 수 밖에 없었지.

 

침대 거의 반대편에서 팔찌의 빛이 반사되는 걸 발견했는데,

팔찌 바로 위 실크로 쌓인 침대 프레임에 뭔가 튀어나온 것이 있었어.

누군가 얇은 책 한권이 들어갈 만큼 찢어서 그 안에 뭔갈 넣어둔 것 처럼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바로 내 언니의 일기장이었어.

 

그 일기장 안에는 언니가 죽은 날에 대해 적혀 있었어.

이 내용으로 인해 언니가 미쳤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날 전에는 언니는 완전히 멀쩡했었어.

언니가 적은 말들이나 행동, 그리고 일기장에 적은 그 날 일어난 일에 대해서

내가 설명하긴 어렵지만 언니가 조카를 이 세상 그 어떤 것 보다도

사랑했다는 점은 알아주기를 바래.

 

이 아래가 바로 그 일기장의 내용이야.

 

2019년 6월 6일,

 

만약 오늘 아침 당신이 나에게 악마의 존재를 믿느냐고 물었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대답했을거에요. 사람이 사악하고 못된 일을 저지르게

하는데에는 악마의 도움따위는 필요하지 않죠. 단지 그가 그런 사람일 뿐.

하지만 지금, 나는 악마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버렸어요.

그게 아니라면 설명할 길이 없으니까요.

 

어제밤, 데이비드는 위스키 한잔을 마신 뒤 술을 더 마셨어요.

이건 제 잘못이기도 해요. 데이비드의 주사에는 몇가지 단계가 있는데,

그가 위스키 한잔을 마시면 얼빠지고 재밌는 사람에 불과하지만

그 이상 마시게 되면 그는 나와 루시가 그의 인생을 망쳐놓았다며

분노하게 되고 저를 두들겨패고는 해요.

그리고 이 시점을 지나 위스키를 더 마시게 되면 잠이들고요.

 

그래서 저는 그가 나의 남편 데이비드에서 좀 벗어나기 시작한 시점에

계속 위스키를 마시게해서 폭력적인 망할 데이비드 구간을 빨리 지나게해야 하죠.

하지만 가끔씩 아무리 많은 위스키로도 그를 재울 수 없을때가 있어요.

 

언제나 그렇듯이 내가 그를 화나게 하는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대체 무슨 얘길 했던건지조차 기억나지 않아요.

아무튼 그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유리잔을 테이블에 던져버리고는

내 목을 붙잡아 벽에 쳐박아 버렸어요. 루시는 그가 폭력적으로 변하기 시작하면

보통 내가 시킨대로 숨어있지만, 어제밤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죠.

루시는 그녀의 보라색 곰인형을 집어들고 데이비드의 무릎 뒤편을 마구 쳤어요.

그 인형은 누르면 소리가 나는 종류의 인형이었는데 루시가 인형을 휘두를때마다

인형에서는 기계로 만든 웃음소리가 계속 났고, 그게 아플 리 없는데도 데이비드는

그 인형으로 얻어맞는게 루시의 배를 힘껏 걷어찰 명분이 된다고 생각했죠.

 

데이비드는 그 전에는 루시를 다치게 한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그가 그녀를 걷어차고는 눈이 휘둥그래졌고, 제 목을 붙잡은 손에서

힘이 약간 빠지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루시 곁으로 가서

데이비드와 그녀 사이를 제 몸으로 막아섰어요.

그는 고개를 돌려버리고는 말 한마디도 없이 위스키 병만 집어들고

호숫가로 연결된 뒷문을 쾅 열고는 나가버렸어요.

 

저는 루시를 침대로 데려가 자장가를 불러주고 내 침대로 와서 누웠어요.

곧 데이비드가 또 비틀거리며 침실로 돌아와서는 토냄새를 풍기며

침대위로 들어오는 걸 피할 수 없을테니까요.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죠.

 

블라인드 사이로 햇빛이 비추고 제가 깨어났을때, 제 옆자리는 비어있었어요.

 

아마 테라스의 해먹에 자빠져 잠든모양이라고 생각했지만,

제가 커피를 두잔 타서 테라스로 갔을때 해먹엔 아무도 없었죠.

저는 뒷마당 주변을 둘러보다가 호숫가에서 무언가가 위아래로

흔들거리는 것을 발견했는데, 데이비드가 물속에 얼굴을 쳐박은채

파도의 물결에 몸이 위아래로 흔들거리고 있었어요.

 

내가 내지른 비명소리에 루시가 잠에서 깨어나 그녀의 보라색 곰인형을

품에 안은 채 뒷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나는 루시를 감싸안고 루시가

볼 수 없도록 했어요. 보지말라고 속삭이면서 무릎을 꿇어 루시를 품에 안았지만,

루시는 보지않고도 이미 데이비드에게 생긴 일을 아는 것 같았고,

루시는 훌쩍이기 시작했어요.

 

전 루시를 제 무릎위에 앉히고 루시의 다리가 제 허리를 감쌀 수 있도록

테라스 난간에 앉았고, 루시의 머리를 제 어깨에 파묻고 손으로 목을 감싸서

루시가 뒤돌아 볼 수 없도록 한 뒤 토닥여주었죠.

 

저는 눈을 감고 루시의 훌쩍이는 소리가 조용해지고 헐떡이는것이

진정될 때 까지 루시가 가장 좋아하는 자장가를 불러주었답니다.

탁, 철벅. 탁, 철벅. 탁, 철벅.

갑자기 젖은 부츠가 테라스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났어요.

 

탁, 철벅. 탁, 철벅. 탁, 철벅.

저는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죠.

루시가 불안해하면서 꿈틀대기 시작했고 저는 제 딸이 이걸 보게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루시의 머리를 제 어깨에 단단히 고정해 눌렀어요.

 

쿵!

계단 꼭대기에 선 발걸음 소리에 루시의 작은 손이 제 등을 마구 두드렸고,

인형의 웃음소리가 나기 시작했죠.

 

'아가, 괜찮아. 엄마가 있잖아. 괜찮을거야. 절대 쳐다보면 안돼.'

 

제가 크게 말하자 루시는 얌전해졌고 진정이 되었는지

경직되었던 온몸이 편안하게 풀어졌어요.

 

쿵, 쿵, 쿵!

입술에 닿는 눈물의 짠 맛을 느낄 수 있었고,

공기중에서는 위스키냄새와 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어요.

낮고 힘없는 훌쩍임이 제 입에서 새어나왔죠.

 

루시를 여전히 품에 안은채로 저는 눈을 떴어요.

 

데이비드는 여전히 위스키병을 그의 손에 든 채로 미소지었는데

그의 옷 모든 솔기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어요.

 

그의 뒷편 물속에서는 뭔가 어두운 형체가 계속 위아래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하고 있었구요.

 

이 아래로는 몇개의 문장이 더 쓰여있었지만 대부분은 읽을수 없었어.

글씨는 점점더 구불구불해졌고 잉크는 물에 젖어 쭈글거리는 페이지때문에

번져서 알아 볼 수가 없었거든.

 

아마 지금 경찰이 생각한것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은데말야.

우리 언니가 물속에서 죽은 남편 시신을 발견했고 완전히 미쳐버렸단생각말야.

하지만 언니는 미친게 아니었어.

 

왜냐면 내가 지금 듣고있거든.

일기 속에 나온것과 똑같은 탁하고 철벅이는 소리가

몇분쯤 전에 들리기 시작했어.

 

확실하지 않은 점이 하나 있다면, 여러개의 철벅이는 소리가 뒤섞여서

한 명 이상의 소리처럼 느껴진다는거야.

 

방금 전에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이제는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

 

이미 경찰에 신고는 끝냈고 옷장안에 숨어서 이걸 적고 있어.

만약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내게 뭔가 생긴다면 제발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걸

알아줬으면해. 여기에 뭔가 사악한것이 있는 게 확실해. 난 미치지 않았어.

 

점점 더 소리가 가까워지는게 들려.

 

우리 부모님과 내 남자친구에게 내가 사랑한다고 전해줘.

그리고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것도.

 

발소리는 이제 복도를 지나고 있어.

탁, 철벅, 탁 타탁, 철벅.

 

이제 침실 바로 앞에 서있는 것 같아.

 

그리고 다른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아.

이건..웃음소리야...

 

장난감 기계의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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