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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번역/단편

[레딧공포번역글]응급전화.

by 김B죽 2020.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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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입니다. 무슨 비상상황이십니까?"

 

'어, 여기는 ---로 인데, 우리 집 밖에 누가 있수다.'

 

묻기도 전에 주소를 먼저 알려주다니 고마운 일이었지.

 

"알겠습니다. 집 밖에 얼마나 오래 있었나요?"

 

'어..한시간 정도?'

 

흠..뭐라고 하려던 건 아니지만 전화걸기전에 한시간이나 지켜봤다니

좀 의아하긴 했었어.

 

"알겠습니다 선생님. 정확히 집 어디쯤에 있나요?"

 

'..음, 그게 말하기가 좀 어렵수다.'

 

"뭐때문에 그러시죠?"

 

'지금은 어딨는지 잘 모르겠는데 밖에 있는게 확실해!

 아,망할 자꾸 움직여서 모르겠수. 너무 재빨라가지고!'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아 젠장할!'

 

"선생님? 무슨일인가요?"

 

'망할자식들이 방금 창밖을 지나갔어!'

 

"어떤 사람들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엄청 커. 큰데..털이 잔뜩 나있고..아니다, 아 망할,

 그냥 완전 털에 뒤덮혀있는 거 같수다.'

 

뭐 코트같은걸 입었다는 얘기겠으려니 했었어.

 

"그 털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그러니까 개나..뭐 코요테 같은..아 미치겠네, 뭔지 알겠수.'

 

"뭔가요?"

 

'내가 말해도 안믿을거같은데..'

 

"뭐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시죠?"

 

'아 그게..진짜 안 믿겠지만..늑대인간인거 같단말이지.'

 

이때쯤엔 망할놈의 마약이라도 한 모양이라고 생각했었지

 

"늑대인간이 확실하신가요?"

 

좋아..신고자는 뭔가에 취해 있고,

현장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노트를 남겼었어.

 

'이보쇼. 나도 믿기 어려운 얘기라는건 알아. 하지만 이 지역에서는..

 그러니까 숲에 대한 오래된 전설이 있수다. 그 뭐냐, 늑대인간 가족에 대한.

 나도 그냥 헛소리라고 생각했는데..방금 내가 본 것들은 정말로 커다랬다니까!

 ..아, 허-헉!'

 

남자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더니 수화기를 내려놓은듯 말소리가 점점 멀어졌고,

 

"선생님? 선생님 거기계세요?"

 

(달그락 덜컹- )

 

'잠시 뒷마당 좀 확인하고 왔수다. 저 망할 것들이 거기 있었어 내가 봤다니까!

 샛노랗게 빛나는 눈을 하고 최소 2미터는 넘어보였수!

 그..그게 날 보고 있었다니까!'

 

"알겠습니다 지금 경찰이 출동했으니 계속해서.."

 

(아우우우우우우우 - )

 

난 귀가 찢어지는듯한 울음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었어.

 

'들었수?! 방금 그 망할 소리 들었냐고!!'

 

"아, 네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방금 그게...?"

 

'아.....안돼....저 망할 놈의 자식이.....왜 안가는거야....

 오 신이시여...가족들을...가족들을 부르고 있는거야!'

 

"지금 하나가 아니라는 말씀이신..."

 

'빌어먹을 늑대인간 가족이 우리집에 오고있어...

 망할 망할 망할! 은, 은이 어디있지? 젠장!'

 

뭔가 뒤지는듯한 소리와 함께 남자가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들었었어.

 

"선생님, 경찰이 가고 있으니 진정하시고 모든 문을 다 잠그시고

 집 밖으로 나가지 마세요."

 

'헛소리 집어치쇼 탐정양반 내가...'

 

(아우우우 -)

 

하는 한마리의 울음소리에

 

(아우 -

 아우우우우 -

 우우우 -)

 

여러개의 목소리가 화답했지.

 

'오 제발..저 망할것들이 다 몰려든 모양이네..너무 많아!

 너무 많다고..한다스는 되는거 같아! 그냥 숲에서 막 튀어나온다고.

 젠장할 저 커다란 것들이 숲에서 계속 튀어나온단말이야!'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추가한 뒤,

난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었어.

또 10대애들이 못되쳐먹은 장난질을 치는건 아닐까하고.

 

"선생님. 창가에서 떨어지시.."

 

'잠깐만, 저것들이 멈췄수. 아니 한놈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데..

 저놈이 입에 뭘 물고 있는 거 같수다. 저건..아...안돼..제발 신이시여..'

 

"네 그 늑대인간이 뭘 물고 있나요?"

 

'원피스요..애들..애들용...원피스..'

 

남자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어.

나는 장난이 점점 도가 지나치고 있다는 생각만 했지.

 

"선생님 드레스의 상태가 어떤가요?"

 ...선생님?"

 

(훌쩍)

 

남자는 울기 시작했어.

 

'..신이시여..아..(훌쩍)..저..저 드레스의..주인이 누군지 알고 있어..(훌쩍)

 제발..(훌쩍)..망할..알고있다고..'

 

"그게 누군가요?"

 

'그..(훌쩍)그 애는 금발 꼬맹이였어..(훌쩍)..길 한가운데로 갑자기..(훌쩍)

 신께..신께 맹세코(훌쩍) 브레이크를..밟았다고..멈추려고했단말이야!'

 (훌쩍)그건..그건 사고였수..진짜라고,정말이란말이야..(훌쩍)

 난 그 이후로..(훌쩍)한방울도..술이라곤..입에댄적도없어..(훌쩍)'

 

마른 침을 삼키며 얼굴을 감싸 쥔 나는

그제서야 나는 남자가 하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어.

 

'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갑자기 쿵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수화기가 덜그럭대는 소리가 들렸고

남자의 목소리는 수화기에서 멀어졌어.

 

'뭘 원해?! 날 죽이려고?! 그래 맘대로해! 이 개자식들아, 해버리라고!

 날 죽여! 그런다고 그 애가 돌아올거같아?! 젠장할 아무것도...

 ....그냥..그냥 날 죽여! 으흑, 으흐아..흑...'

 

이후로는 남자의 우는 소리만이 들려왔어..

이내 누군가 문을 쾅하고 열어제끼는 소리와 함께 경찰의 말소리가

들리자 나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전화를 끊을 수 있었어.

 

이게 일주일 전의 일이었지.

나는 미시간 시골에서 일어난 뺑소니 사건의 증인으로 소환되었었어.

테리 라이트라는 남자는 자기가 기억은 못하지만

만취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어느 외딴오지에서 소녀를 치었다고 자백했고,

그 사건의 유일한 증거는 테리의 집 뒷마당에서 발견된 소녀의 원피스뿐이었어.

테리는 그게 자기가 친 소녀의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경찰의 수색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도 소녀의 시신은 커녕 사고의 흔적인

핏자국 하나조차 찾지 못했어.

 

나는 내가 겪은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빼놓지않고 증언했어.

울음소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을때 법정의 분위기는 확연하게 변했지.

그 전까지는 아주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이 되었지만

울음소리 부분에서 부터는 법정이 술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나는 테리가 미친걸로 결론이 날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았고

대신 신경쇠약으로 인해 스스로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아래 정신병원에

보호감찰 대상으로 수감되었어.

사람들은 그가 나이도 많고 사고의 트라우마도 있고해서 환각을 본 거라고 생각했어.

 

나도 솔직히 그가 그날 밤 뭘 본건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가 들었던 그 울음소리에 대해서는 좀 궁금해.

그 비통하고 분노한 울음소리들. 분명 누군가는 그 소리를 냈을텐데 말이야.

 

몇주가 지나고 나서 나는 경찰의 보고서를 손에 넣었지만

그 보고서는 내 궁금증을 더 가중시키기만 했지.

 

테리 라이트는 경찰이 도착했을 때 그의 집에 완전히 혼자였고,

그는 미안하다는 말 외에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불안정한 상태였다고해.

원피스의 경우 누군가 수제작으로 만들었다는 점밖에 알아낼 수 없었는데,

그래서 어디서 구한건지, 누가 만든건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지.

DNA감정결과 원피스에서는 인간과 늑대의 DNA를 발견했다고 적혀있었어.

일치하는 인간의 DNA를 찾으려는 시도는 완전히 실패했고,

테리의 마당에서는 뭔가 커다란 포유류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는데

최소한 8마리 이상의 개체가 있던걸로 추정된다고 해.

 

자 이제 아마 내가 늑대인간에 대해서 믿게 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진 않아.

내가 직접 늑대인간을 내 두 눈으로 보기전까지 나는 그들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을거야. 내 결론은 아주 간단해.

누군가 알 수 없는,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알지 못 할 어떤 이유로 인해서

테리 라이트를 이 함정에 빠트렸다는거지.

물론 나도 이 이론에 큰 헛점이 있다는 건 알고있어.

그래, 만약 그렇다면 누군가 굉장한 수고와 노력을 들여서 존재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이는 소녀를 죽였다고 자백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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