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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번역/단편

[레딧공포번역글]50,000.

by 김B죽 2021.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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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들 맨 처음 그들이 우리와 접촉했을때를 기억할겁니다. 저는 타임스퀘어를 향해 운전중이었어요. 1분전만해도 운전대에 손목을 느슨하게 걸친 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부르고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비행선이 하늘을 덮어버린 광경을 보는것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었으니까요.

 

저는 브레이크를 세게 밟고 머리를 창밖으로 내밀었습니다. 그 거대한 물체는 허드슨강부터 그린포인트까지 전부 덮을정도로 거대했죠. 뉴욕의 모든 간판들은 그림자에 덮여 오직 글자들만이 어둠속에서 스크린위로 빛났습니다.

 

반갑습니다 인간들이여. 우리는 평화로운 목적으로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지구는 멸망 직전에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 가까이 있는 거대한 별의 폭발이 임박했음을 감지했고 당신들이 살기에 적합한 별로 이동하기위한 수단을 제공하려합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의 운송수단은 오로지 50,000명의 인간만을 태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새 별을 개척하고 인류를 지속시키기에 적합한 인간들을 스스로 선별해주십시오. 우리는 6월 9일 오전 10시에 뉴욕 고버너스 섬으로 선별된 자들을 데리러 돌아오겠습니다.

 

저는 맨 처음에 그것이 일종의 장난이나 영화를 위한 제법 영리한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전세계의 스마트폰, 컴퓨터, TV에서 같은 화면을 송출시킨 건지는 알 수 없었죠.

 

아마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테지요. 수많은 사람들이 고버너스섬으로 몰려들었는데, 아마 먼저 도착한 사람이 뽑힐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습니다.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주 방위군을 투입했고 상황은 빠르게 복잡해졌어요.

 

겨우 뉴욕 택시기사에 불과한 제가 뽑힐 확률은 희박하다고 느낀 저는 동부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고 우리는 버려진 농장에서작은 공동체를 만들었어요. 우리의 공동체는 평화롭고 조용한 곳으로 매일 저녁 함께 요리를 하고 아이들을 위한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얼마 지나지않아 미국이 국경을 닫았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다른 나라들이 미국이 누가 살아남게될지를 결정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것은 당연했죠. 핵전쟁이 시작된 후 모든 통신이 끊어지자 정말 종말의 날이 다가온 것 처럼 느껴졌지만 자급자족 공동체인 저희는 그저 상황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어요.

 

6월 9일이 지나갔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저희는 그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오후 한 군인이 피에 젖은 제복을 입은채로 비틀거리며 농장에 쓰러진 것을 발견한 저희는 그를 데려와 치료를 해 주었습니다.

 

저희는 그에게 검문소를 뚫으려던 사람들에게 공격당했는지 물었지만 그는 아니라고 했어요. 그의 말에 따르면 외계인들이 그들을 공격했고 그가 유일한 생존자라고 했습니다.

 

저희는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는 앉은채로 우리에게 모든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외계인들은 그들이 약속한대로 돌아왔지만 구조를 위해서 온 것은 아니었어요. 그들은 침공을 위해서 온 것이었죠. 지구의 모든 군대가 서로 싸우느라 크게 소모된 탓에 저항은 거의 할 수 없었던겁니다.

 

사실 지구는 위험하지 않았던 거에요. 아니 최소한 태양이 폭발하는 위험은 없었던 거죠.

 

그저 외계인들이 손가락하나 까딱할 필요도 없이 쉽게 우리를 무너뜨리는 방법을 찾아냈던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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