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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번역/단편

[레딧공포번역글]들여보내선 안 되는 것.

by 김B죽 2021.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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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좀 들여보내주세요. 너무 추워요."

 


내 어린시절 단짝친구는 매튜 램지였습니다. 그는 나보다 한 살 많지만 나와 같은 학년이었는데, 이는 매트가 멍청해서 그런 게 아니고 4학년 때 매트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몇 달 동안 학교나 집 이곳저곳에서 문제에 치이면서 정신이 없었던 것 때문이었죠. 매트가 나와 같은 반에 배정되었을때 우리는 빠르게 친해졌고 제가 우리집보다 매트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것도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의 어머니는 좋은분이셨지만 거의 항상 일을 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우리는 매트의 삼촌 진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경우 우리끼리 놀도록 내버려뒀지만 매트네서 제가 자고 갈때 매트네 어머니가 야간일을 하시는 경우에는 매의 어머니가 돌아올 때 까지 우리를 돌봐주고는 했죠.

 

네서 잤던 기억들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어린시절의 추억들 중 하나로, 매와 함께 놀고나면 매의 멋진 삼촌 진이 햄버거를 만들어주면서 그가 은퇴하기전 20년동안 전 세계를 돌며 복무했던 군인시절 겪거나 들었던 이야기들을 해주었었다. 진은 제가 그를 알기 전부터 이미 퇴역군인이었는데 희끗희끗한 머리와 볼록나온 배를 하고 그릴위의 버거를 뒤집는 모습에서 진이 한때는 군인이었다는 걸 믿기가 어려웠다. 물론 그의 세계여행 이야기만큼은 아니었지만.

 

하지만 그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모든것이 환상적으로 바뀌었다. 다른 어른들과는 달리 진은 우리가 그의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듣고싶어하는 걸 좋아했고 우리는 그의 전투나 이국적인 땅, 총과 탱크들 그리고 흥미로운 사람들과 위험한 생물들의 이야기를 듣고싶었다. 진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동안 나는 그가 슬슬 이야깃거리가 떨어질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않았다. 심지어 제가 마지막으로 진과 보냈던 1년동안은 우리에게 그가 보거나 들었던 이상한 것들에 관해 이야기해주었을정도였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그랬더라면 저는 그냥 소설정도로 치부했을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숙해지고 언제 실증을 낼지모르는 두 관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점점 더 자극적이도록 정교하게 꾸며낸 이야기말이에요. 하지만 진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죠. 그는 좋은 이야기꾼이긴 했지만 정직한 사람이었고 이야기의 둔탁한 부분을 조금 다듬는 정도 외에는 그가 무언가 꾸며내는듯한 기색은 조금도 없었어요. 그리고 그의 모든 이야기들이 헛소리가 아니었다고 확신할수는 없지만 진이 내게 해주었던 이야기들 중 하나가 저의 목숨을 구한 것은 확실합니다.


 

이건 제가 12살이던 무렵의 일로 매는 막 생일이 지나 13살이 되었던 때의 일입니다. 우리는 매네 집 바로 뒷 마당에 있는 숲으로 캠핑을 나가기로 했었고 진은 우리가 잠들때까지 함께 있어주기로 했었어요. 진은 뒷 마당에 작은 구덩일르 만들어 불을 피우고 저녁을 먹은 후에 우리는 그 주변에 앉아 불꽃을 바라보며 그가 알래스카 기지에서 지내던 일에 관한 얘기를 듣고 있었죠.

 

그는 대부분의 시간은 아주 지루하고 춥기만 했을 뿐이었다고 했는데, 근방 작은 마을의 사람들은 친절하면서도 홀로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했습니다. 그 땅은 아주 아름다우면서도 아주 이질적인 느낌이었다면서 진이 바로 직전에 근무했던 아리조나 기지의 건조한 언덕의 따뜻함을 사무치게 그리워하게 만들었다고 했어요.

 

그가 맡은 임무도 상당히 시시한 것 이었다고 했습니다. 그저 시종일관 취해서 잠이나 자는 그의 상관과 각종 요청을 처리하는 것 뿐이었죠. 그러면서도 그의 상관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않고 깨어있을때는 제법 괜찮은 사람이었다고 했어요. 그가 진에게 지역 미신이나 역사 혹은 전설들에 대해서 종종 이야기해주고는 했다고 말이에요. 그리고 밖이 너무 춥다며 안으로 들여보내달라고 찾아오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는 진이 그에게서 들은 이야기였죠. 그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음, 그러니까 그건 내 상관이 눈 폭풍이 심하게 불때 앵커리지 북쪽의 초소에서 근무하던 때의 일이라고 했었지. 그는 몇 일간 버틸만한 보급품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세번째 날 밤이 되자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고 했어. 이미 그는 그 곳에서 몇달이나 살았지만 실제로 날씨때문에 그렇게 갇혔다고 느낀 일은 처음이었으니까.. 계속해서 커져가는 눈발과 고립감 속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을때 그는 으악하는 비명소리가 절로 나왔다고 하더라고.

 

내 보스는 뭐 아주 똑똑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해서 멍청한 인간도 아니었어. 그는 그 근방 20마일 이내에는 아무도 없다는 걸 잘 알고있었지. 게다가 그런 날씨에 그것도 한밤중에 말이야..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그에게 처음 든 생각은 누군가가 자기를 구하러 와주었다는 생각이었지만 그가 문에 다가섰을때 밖에서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같은 소리가 들렸다는거야.

 

"제발 좀 들여보내주세요. 너무 추워요."

 

그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지. 그가 알기로는 이 지역에 젊은 여자는 살고있지않고, 거기다 만약 오늘 누군가 올 거였다면 당연히 그에게 미리 연락이 왔을텐데 그렇지도 않았으니까. 그럼 대체 문 밖에 있는 건 누굴까? 그는 심장이 쿵쿵 울리는 걸 느끼면서 대답했어.

 

"당신은 누구죠 아가씨?"

 

"폭풍 때문에 길을 잃었어요. 너무 추운데 제발 안으로 좀 들여보내주세요."

 

정말로 이상한 일이었지만 그 여자의 목소리가 너무 겁에 질려있어서 꼭 그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얼마 못 가 얼어죽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더군. 또 그가 마지막으로 그 날 아침에 문 앞에 쌓인 눈을 치운 이후로 2피트는 되는 눈이 내렸으니 만약 들여보내주려고 한다해도 먼저 불빛이랑 삽을 가지고가서 문 앞을 치워줘야만했어.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금방 나갈게요."

 

그는 외투를 걸치고 사다리 위 천장 해치로 갔어. 그 위는 보통 물건을 보관하는 장소로 쓰이지만 가끔 눈이 너무 많이 올 때면 출입구로 쓰이기도 하는 곳이라고 했지. 날씨가 아주 지독하게 추웠다더군. 그가 기억하는 한 태어나서 가장 추웠다고 해. 물론 그가 겁에 질린 상태여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는 물론 그 이상한 소녀도 그를 두렵게 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고 했어. 뭔가 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거 였다면서. 한밤중에 찾아온 낯선 손님보다도 이상하고 위험한 무언가가 있다고 느낀 그는 천장 아래로 내려가기 전에 불빛을 들어 창 밖을 비추고 내다봤다더군.


진은 이 대목에서 저와 매트에게 긴장한 미소를 지어보였고,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옆에 내려놓았습니다.

 

"그는 밖에 쌓인 눈 때문에 자세히 보기는 어려웠지만 그 아래에 무언가 있는 걸 볼 수 있었다고 했어. 아주 거대한 무언가가 말이야. 한 500파운드는 되어보이는 몸집의 아이보리색 껍질을 가진 랍스터같은 생김새를 하고 있었는데 흰색의 털이 수북한 거미의 다리가 달려 웅크리고 있었다고 해. 가장 긴 다리는 주변의 눈을 치우려는 듯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고 이 모든 것들 중에 가장 끔찍한 건 바로 그것의 머리부분이었다더군. 그건 머리라고 하기 힘들었는데 왜냐면 전혀 머리가 아니었기 때문이지. 최소 5피트는 되는 길이에 어두운 판초인지 망토인지를 걸친 형태의 얇고 연약한 실루엣이었거든."

 

진은 그의 볼을 문지르며 우리 둘 사이를 쳐다봤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망토사이로 얼굴을 봤다더군. 여자의 얼굴말이다. 그가 본 여자들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해."

 

진은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이어나갔어요.

 

"하지만 그 순간 그것도 그를 본거야. 그의 생각에 그건 단지 몇 초였지만 그것이 위에서 비쳐진 불빛을 눈치챈거지. 머리에 있는 여자는 고개를 돌려서 그를 봤어. 그 자리에 얼어붙은 그는 정말로 무서웠다고 했어. 그리고 그의 머릿 속 아직 떠오르는 생각들 중 일부는 그 여자가 그가 다가오도록 다른 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거였다지."

 

진은 과장되게 숨을 내쉬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그게 소리를 질렀어. 하지만 그 여자의 입에서 나온 비명이 아니었다고 했어. 그것의 몸 주변의 눈이 마치 주전자에서 스팀이라도 퍼지듯 훅 하고 단번에 밀리고 공기가 그 끔찍한 비명으로 채워졌다는데 그 순간 그는 그것이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챘다더군. 놈이 그에게 다가온다는 것도 말이야.

 

그리고 그는 허겁지겁 해치 아래로 내려가 문을 잠그고 만일 그 괴물이 안으로 들어오는 때에 사용하기 위해 총을 장전했어. 계속해서 천장위에서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문이나 해치를 열려는 기색은 없었대. 그는 해가 뜰 때까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뒤 꾀병을 지어내 도움을 요청하는 교신을 보냈어."

 

매트와 저는 눈을 크게뜨고 겁에 질려 진이 작게 웃고는 어깨를 으쓱하는 것을 보았어요.

 

"그게 다야. 대부분은 말이지. 사람들이 와서 그를 구해줬고 밖에는 아무런 수상한 흔적도 없었고, 그는 단 한번도 이 이야기를 남한테 해준적이 없다더라고."

 

진은 앞으로 몸을 숙여 불가에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습니다.

 

"어느날밤 지역 주민 중 하나와 어울려 술을 마시기 전 까지는 말이지. 그 둘은 아무런 얘기나 주고받다가 어쩐지 그의 긴장이 풀어졌는지 그 기지에서 있었던 일을 주민에게 해줬다는거야. 그러자 그 주민이 갑자기 술이 확 깨서는 그에게 멀쩡할 수 있었다니 정말로 운이 좋았다고 하더라는거야."

 

나는 교실에서 그러는 것 처럼 진에게 손을 번쩍들어 흔들었어요.

 

"그럼 그 남자가 그 괴물을 알고있었던거네요?"

 

진은 아리송하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마도, 어쩌면 약간은 말이지. 그 남자는 그것의 그럴듯한 이름같은 건 없다며 그냥 괴상하고 끔찍하게 위험한 것이 거기 살고있다고 했다더군. 어쩌면 다른 어딘가에서도 말이야. 그는 몇년에 걸쳐서 몇가지 이야기들을 그의 할아버지나 뭐 무언가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서 들었다면서 누군가는 그게 사악한 존재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우리가 아직 모르고 이해할 수 없는 동물의 일종이라고도 했다지. 하지만 그게 무엇이건간에 아주 영리해. 인간에게 대화를 걸어 속이려 할 만큼은 말이야. 내 상사는 그걸 거짓말쟁이라고 불렀고 그 이름을 이 이야기를 해 준 남자가 알려줬다더군.

 

아마 그것이 사람인 척 흉내를 내서 우리를 꾀어내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는 그게 아니라고 했어. 왜냐면 그가 듣기로는 그것은 확고한 규칙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바로 그놈에게 속아넘어간 사람만을 해치기 때문이래. 그리고 그것이 뭐라고 말하건 놈이 말하는 것은 언제나 거짓말이고 말이야. 언제나."

 

진은 손가락으로 저와 매트를 순서대로 가르켰어요.

 

"좀 당연한 소리같겠지만 잘 기억해 두는 게 좋을거다. 왜냐면 내가 아는 바로는 그것은 사실을 말 할 수 없기 때문이지. 놈은 너와 대화하면서 너를 속이고 꾀어내서 자기를 들여보내주도록 만드려 할 거다. 널 해칠 수 있도록 말이야. 그러니까 니가 제대로 된 질문만 할 수 있다면.. 뭐, 예를 들어서 놈이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것들 말이야 이런 대답할 수 없는것들을 질문하면 문을 열어주지 않고도 문 밖에 있는게 뭔지 알 수 있지."

 

진은 뒤로 몸을 젖히며 씨익 웃었습니다.

 

"오늘밤 너희 텐트 밖에서 아무일도 없으면 좋겠구나."


3일 전 까지만해도 저는 진에 대해서 한동안 잊고 살아왔습니다. 매트는 14살때 백혈병 진단을 받은 후 2년 뒤 세상을 떠났고 저는 20년동안 그의 가족과 인터넷을 통해 두어번 연락한 것이 전부였어요. 하지만 3일 전 저는 어두운 도로 한켠에서 충격에 빠져 있을때, 매트의 삼촌이 해주었던 그 이야기가 갑자기 기억에서 되살아났죠.

 

저는 제가 겪은 최악의 눈길 속에서 운전을 하던 중 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서 눈폭풍같은 건 아주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저는 타이어체인이나 스노우타이어같은 게 전혀 없었고 한 백번쯤 차가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었을 때 더 이상 움직일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제 아내는 세 시간 전에 진통이 오기 시작했고 이 시간쯤이면 병원에 도착해 있을테니 저는 병원에 가능한 빨리 그리고 안전하게 도착하기 위해 가능한 천천히 달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너무 어리석은 생각이었죠. 자동차가 빙판을 밟고 미끄러지는 바람에 배수로에 쳐박히고 만 데다가 눈폭풍이 몰아치는 고속도로에서 다른 차를 본 것은 30분도 더 된 일이었으니까요. 저는 차를 어떻게든 빼내려고 해 봤지만 그저 몸이 축축하게 젖어서 더 추워질 뿐이었습니다.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렉카를 부르려 했지만 세번째에야 겨우 통화가 된 업체는 현재 날씨와 제 위치 그리고 앞에 걸려온 다른 전화들 때문에 4시간은 족히 걸릴 거라고 했고, 저는 남은 연료 게이지를 보면서 10분만 더 차 안의 공기를 데우고 연료를 아끼기 위해 시동을 끈 어두운 차 안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어요.

 

전 덜덜 떨며 제 아내의 상태가 어떤지 알기위해 병원에 전화를 걸려했지만 전화가 걸리지 않았습니다. 전화기의 배터리는 충분한 상태였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세칸이나 있던 배터리는 한칸만 간신히 남아 꺼져가는 촛불처럼 깜빡대고 있었어요. 제가 쳐다보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한번 더 깜빡이더니 그대로 사라져버렸죠. 어쩌면 껐다가 키면 되겠다는 생각을 한순간,

 

"제발 좀 들여보내주세요. 너무 추워요."

 

저는 소리를 빽 지르며 운전석 옆의 창문을 쳐다봤습니다. 그곳에는 작은 소년이 빛이 전혀 없는 멍한 눈동자를 하고 공포에 질려 저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아저씨 제발요. 제발 들여보내주세요."

 

소년의 윗입술 위에는 콧물이 얼어붙은 것 처럼 보였고 제게 도움을 요청하는 파랗게 질린 입술은 계속해서 떨리고 있었습니다. 세상에나, 어떻게 이런 곳에 있는거지? 제가 차의 시동을 다시 걸고 소년을 도와주기 위해 분주한 가운데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갑자기 떠오른 오래된 기억의 불꽃은 오렌지 빛으로 빛나며 진의 얼굴을 비추었는데 진은 우리에게 춥고 어두운 곳에서 나타나는 사냥을 하는 존재에 대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거짓말쟁이말이에요.

 

저는 다시 소년을 쳐다봤습니다. 이건 말도 안돼. 그 이야기는 사실일리없고 내가 서두르지 않으면 밖의 소년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죠. 소년은 후드자켓같은 걸 입고이었고 밖의 날씨는 엄청나게 추웠으니까요. 하지만 만약...

 

저는 마른침을 삼키고 그 창백한 소년에게 미소를 지으며 쳐다봤어요.

 

"대체 왜 여기있는거니?"

 

그 소년은 잠시 저를 쳐다봤습니다.

 

"저희 엄마요. 엄마가 뭔가 드시고 잠이 들었는데 깨울수가 없어서 도움을 요청하러 나왔다가..."

 

소년은 그 작은 손을 유리창에 짚고 울기 시작했고 저는 이게 대체 뭘 하는건가싶어 문의 잠금을 풀었지만 여전히 여는것을 망설이고 있었죠. 다시 진이 해 주었던 그 이야기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거짓말밖에 하지 않기때문에 거짓말쟁이라고 불린다. 그저 나를 속이려 하기 때문에 만약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다면 알아챌 수 있다...

 

깊은 한숨을 내쉬고 저는 소년에게서 고개를 돌렸습니다.

 

"이름이 뭐니?"

 

"매..매튜요. 사람들은 저를 매트라고 불러요. 제발 들여보내주세요."

 

저는 마치 배에 주먹을 한대맞은듯한 기분이었지만 제가 다시 소년을 올려다봤을때 그는 그저 겁먹고 걱정스러운 것 처럼 보였고 제 죽은 어린시절 친구의 이름을 말한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죠. 그저 우연에 불과할 뿐, 저는 당장 생각을 멈추고 소년을 구해줘야만 했어요. 제 손은 손잡이로 향했지만 아직까지도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만약 진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너는 소년...아, 인간 남자 아이지?"

 

그 소년의 눈썹이 약간 위로 올라갔죠.

 

"네. 물론이죠."

 

잠깐, 이런 바보같기는. 만약 거짓말을 하고 있건 혹은 이게 사실이건 당연히 맞다고 대답했겠죠. 저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않는 질문을 해버린 것이었습니다.

 

"음, 그렇구나."

 

저는 엉뚱한 질문을 하는데 시간을 허비했고 인간 남자 아이가 아니냐는 질문을 해볼까 했지만 같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만약 정말 사실을 말하고 있는거라면 당연히 아니라고 할테고 거짓말만 하는 괴물이라도 마찬가지로 아니라고 할 테니까요. 이런 망할, 그저 용기를 내서 문을 열기만 하면 되는건데.

 

"제발요. 이제 졸려지기시작하는데 너무 무섭고 추워요 아저씨."

 

몸을 덜덜 떨며 저는 다시 문 손잡이를 붙잡았고 마침내 이 문을 열고 소년을 들여보내주기로 결심한순간 그러면서도 다른 질문을 건네고 말았죠.

 

"내가 이 문을 열도록 나를 속이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

 

저는 손잡이를 여는 것을 망설이며 그가 복잡한 질문에 혼란스러워 하거나 아니라고 하기를 기다렸지만 그 대신 잠시동안의 침묵이 이어졌고 제가 소년을 쳐다봤을때 소년의 입술은 꾹 닫혀 길게 늘어나 있었습니다.

 

"네."

 

저는 얼굴을 찌푸리며 손잡이에서 손을 뗐어요.

 

"그래, 나한테 거짓말 하는거 아니지? 아니면 하고 있다는거야?"

 

소년의 입술은 다시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제발 들여보내주세요. 너무 추워요."

 

저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네라고 한 소년의 대답은 어떻게든 해석할 수 있었어요. 그보다는 소년의 반응이 마치 무언가 들킨듯 약간 화가 난 것 같았지만 여전히 그것은 어떤 증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필요한 것은 확신이었기 때문이죠.

 

"지금 내 차 밖에 있는거니?"

 

제가 다시 소년과 눈을 마주쳤을때 소년의 눈은 좀 더 어둡고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네? 제발 좀 그냥 들여보내주세요."

 

저는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공포를 느낄 수 있었어요.

 

"내 질문에 대답해 줘. 지금 내 차 밖에 있는거냐고."

 

소년의 훌쩍거림은 곧바로 멈추었고 섬뜩한 미소가 그의 입가에 떠올랐습니다.

 

"아니오."

 

그러고는 갑자기 소년이 사라져버렸어요. 저는 어둠속에서 무언가 커다란 것이 저 멀리 숲속으로 바스락대며 사라지는 희미한 소리와 형체를 보고 들었지만 제가 혼자 앉아있는 이 추운 자동차 창 밖에는 침입자나 소년의 흔적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몇 분 뒤 다시 전화신호가 잡히자 저는 병원에 있는 제 아내의 상태를 즉시 확인했습니다. 다행히도 그녀는 아직까지 별 문제가 없다고 했고 내가 금방 도착할거라는 얘기도 전해주겠다고 했죠. 한시간쯤 지나자 렉카가 도착했고 기사는 제가 차 밖으로 나가고싶지 않다고 하자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별 문제 없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이걸 쓰는 지금 저는 제 아이를 안아보고 오는 길입니다. 그는 건강한 소년이고 만난지 겨우 이틀만에 저는 아이와 사랑에 빠졌어요. 제 아내가 제게 아이의 이름을 제 가장 친한 친구였던 매튜로 정하고 싶은지 물어보았을때 저는 깜짝 놀라 고개를 내저었죠. 집에 돌아와 그녀가 안정을 취한 뒤에 그 이유를 알려주었어요.

 

우리 부부가 아이의 이름을 뭘로 정하건간에 아이는 바르고 튼튼하게 자랄 것이고 저희는 아이에게 이 세상이 얼마나 따뜻하고 멋진곳인지, 또 그러면서도 얼마나 이상하고 차가운 곳인지 알려 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이 세계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반드시 조심해야만 한다는 것도요.

 

특히나 어둠속에서 낯선이를 초대할 때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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