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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번역/단편

[레딧공포번역글]하강.

by 김B죽 2020.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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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엘레베이터는 꽤 오래된 것 같았습니다.

아마 한 5-60년대쯤의 물건정도로 추측되었지요.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것은 웨스팅하우스 모델의 제품이었고

그들이 엘리베이터에 검은색 버튼을 쓴다는 것은 상식이니까요.

 

엘레베이터에 함께 타고있는 이 남자는 신경질적이었습니다.

숨을 몰아쉬는 그의 얼굴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고 손가락으로는 계속해서 비상버튼을 누르고 있었죠.

그는 깔끔한 정장과 마치 별처럼 희미한 빛이 나는 구두를 신은 나이지긋한 노신사처럼 보였어요.

 

"괜찮을거에요."

 

제가 그를 진정시키기위해 말을 건넸습니다.

 

"어떻게 알아?"

 

그러자 노신사는 짜증스럽게 중얼거렸죠.

 

엘리베이터는 갑작스럽고 난폭한 충격과 함께 9층과 10층사이에서 멈춰서 버렸고

엔진의 시끄러운 덜커덩대는 소리뿐이었으니

제 생각에도 이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끼는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저는 그의 소매를 부드럽게 잡아당기며 말했습니다.

 

"제 어린시절에 말이에요. 한 8,9살때쯤이었나..

 저는 이런 비슷한 상황에 처한적이 있었지요. 계속해서 위로 위로 위로 올라갔었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어떻게 되었는데?"

 

"그러고는 갑자기 멈춰버렸지 뭐에요. 마치 지금처럼 말입니다."

 

노신사는 안절부절 못하며 불안한 눈빛으로 저와 비상버튼 사이를 번갈아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뭐, 지금 제가 여기있으니 뻔하죠, 안그런가요?"

 

제가 경쾌하게 말하자 노신사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어요.

하지만 그는 다시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어요.

 

"잠시만, 어린 시절이라고 했나?"

 

"그런데요?"

 

"그치만, 음. 지금 니가 어린아이잖니..."

 

그가 더듬더듬말했어요.

 

엘리베이터의 불이 꺼지기 전 그가 내가 지은 미소를 봤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이 좁은 사각공간 안에 울려퍼진 그의 비명소리가 의미하는 바로 추측컨대 그런듯보였습니다.

불이꺼지고 잠시 후 엘리베이터는 불쾌하게 금속이 부딪히는 큰 소리를 내며

갑작스럽게 급강하하기 시작했고, 저는 점점 더 빨라지며 강하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반짝이는 버튼들을 보고 있었죠.

 

 

 

 

"왜 아래로 가는거야?!"

 

남자는 소리쳤어요.

 

 

 

 

"정확하게는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가고 있는거에요."

 

제가 대답했죠.

 

 

 

엘리베이터는 지하층에 도착하자 갑자기 멈춰섰고

노신사는 엉거주춤하게 비틀거리며 벽에 기댔다가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불이 다시 깜빡거리기 시작했고 저는 그를 마주보고 앉아 침착하게 물었어요.

 

"준비되셨나요?"

 

"ㅈ,주,준비?"

 

그는 불쌍하게도 말을 더듬거리면서 되물었습니다.

 

"무,무슨소리야?"

 

"마지막 하강이요."

 

저는 어깨를 으쓱했어요.

 

"준비가 되셨건 안되셨건 하강하긴할거지만요."

 

그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엘리베이터는 다시 떨어졌어요.

물리법칙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시공간을 완전히 초월한 이 하강을

정확히 설명할 길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저 계속해서 몇시간이고 몇일이고 몇주, 몇년을 우리가 바닥에 도달할때까지 계속해서 떨어질 뿐.

 

그러다가 하강이 멈추었습니다.

 

"여,여기가 어디지?"

 

생명이 완전히 빠져나간 것 처럼 보이는 창백한 얼굴의 남자가 더듬거렸어요.

 

"저 문 뒤에는 뭐가 있는거야?"

 

"한번도 본 적 없어요. 저는 그냥 안내원일뿐인걸요. 하지만 제가 장담하는데 별로 좋은 곳은 아니에요."

 

저는 그들의 악행을 아는 척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말할 수 조차 없는 잔악하고 사악한 짓과

소름끼치고 부패한 모든 행위들을요.

저는 그저 그들 모두가 유죄임을 알고있고, 벌을 받아야 한다는것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문이열리면서 저는 눈을 감았습니다.

 

고통스러워하는 비명소리가 공기중에 울려퍼지자 귀도 막았어요.

 

그리고, 저는 다시 일터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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