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에 도착하기 전에는 무슨일이 있어도 내리면 안됩니다."
"음, 저는 5층에서 면접을 보기로 했는데요."
"...딱 한번만 더 말해드리겠습니다. 9층에 도착하기 전에는 절대로 내리지 마세요. 다른층은 안전하지않습니다."
누가봐도 미친소리라고 생각했겠지만 그의 말은 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남자의 태도는 아주 진지했고, 마치 내게 말을 건네기 위해 몸 안의 모든 본능을 거스르고 있는듯 극도로 불안해 보였기 때문이었을까.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는 동안 대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지? 하는 생각을 곱씹었고,
5층의 버튼을 누르면서 약간의 불안감이 엄습해왔지만 고개를 내저으며 애써 그 기분을 떨쳐냈다. 아마 정신나간 남자의 헛소리일거야.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주변을 난 둘러봤다. 한쪽 코너 위에 달린 화면에서는 날씨채널이 나오고 있었고 뒷편에는 큰 거울이 달려있는 엘리베이터 내부에서는 편안한 라운지 스타일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주 평범해.
"5층에 도착했습니다."
이상하군.
한번도 각 층마다 도착 알림이 나오는 엘리베이터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만약 이 건물에서 일하게 된다면 금방 질리게 되겠지.
딩!
엘리베이터의 문이 여리자 접수 데스크 앞에 앉은 여자가 보였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데이비스씨! 일찍 도착하셨네요!"
순간 그 남자의 경고가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금방 면접 준비가 끝날거에요. 잠시 앉아서 기다려주시겠어요?"
"아, 감사합니다."
난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저, 만약 제가 좀 일찍 온거라면 몇 분 뒤에 돌아와도 될까요?"
"그럴 필요 없어요! 면접시간을 좀 당길 수 있나 한번 볼게요. 사장님께서는 데이비스씨를 정말 만나고 싶어 하시거든요."
난 닫히기 시작한 엘리베이터의 문을 손으로 붙잡고 어쩔 줄 모르는채로 서있었다. 수상한 점은 전혀 없어보이는데. 물론 안내원이 약간 지나치게 적극적이긴하지만. 그것보다도...
내 위치에서는 안내데스크 뒤의 사무실이 훤히 들여다보였는데 내부는 전부 평범했다. 책상을 나눈 파티션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직원들과 탕비실, 그닥 눈에 띄는 점은 없었다.
단지 사무실 끝 벽에 걸린 굉장히 거대한 액자를 제외하고는. 그 액자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정확히 보이지 않았지만 한 무리의 직원들이 그 그림을 보고있었다. 아니 본다기보다는..거의 찬양에 가까운듯한?
"아내 분 성함이 메레디스 맞죠?"
나는 갑자기 나를 향해 툭 던진 안내원의 질문에 순간 굳어버렸다. 내가 이력서에 내 아내의 이름을 적었던가?
"두 분께선 아이를 가질 계획도 있으시네요? 만약 남자아이라면 이름을 샘으로 지으시려고 하나봐요?"
아니, 이게 지금, 무슨? 그녀가 무슨수로 정확히 맞췄는지는 몰라도 난 누구에게도 그것을 말한적이 없는데 심지어 아내에게도.
내가 대답을 하려는 순간 액자를 둘러싸고있던 직원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아주 크게 부르기 시작했는데 모두의 노랫소리는 완벽하게 음정이 일치했습니다. 누군가 생일 케이크를 들고와서는 액자앞으로 내밀었고 눈을 가늘게 떠서 살펴보았는데 액자속에 있는 것은 엄청나게 큰 나의 고등학교 졸업사진이었다.
황급히 엘리베이터 안으로 돌아온 나는 '닫힘'버튼을 눌렀지만 너무 느린 반응에 패닉에 빠졌다.
'닫힘' '닫힘' '닫힘' 제발 빨리 좀 닫혀라.
영원같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시작할 때 안내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어떤 맛이 날지 너무나 궁금하네요 마이클."
이런 미친.
9층. 9층으로 가야한다.
9층 버튼을 눌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시 한 번 눌러봤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또 눌러봐도 마찬가지였고. 제발. 제발. 제발! 난 계속해서 9층 버튼을 눌렀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망할. 그럼 1층으로 나가면 되지않을까?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는거야.
1층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나는 1층 버튼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그 망할 버튼이 사라져버린것이다. 젠장할.
난 폐소공포증이 생길 지경이었고 완전히 정신이 나갈 것 같았지만 마음을 다잡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 문 위의 패널에는 11이라는 숫자가 떠올라 있었다.
누군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려는건가?
난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괜찮아. 누군가 9층 버튼을 금방 누를거고 그때 여기서 내리는거야."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동안 원래 나오던 라운지 풍의 음악 대신 생일축하노래의 반주가 흘러나오고 있음을 눈치챈 나는 오늘이 대체 왜 내 생일이라고 생각하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날씨 채널에서는 이번주 내내 맑은 날이 계속 될거라는 예보가 나오고 있었다. 참 잘됐군!
"11층에 도착했습니다." 딩!
문이 열렸고 나는 버튼이 있는 엘리베이터 한 쪽 코너를 서성였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하니까.
나이 든 여자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좋았어, 설명하기 어렵지 않겠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그녀는 나를 향해 미소지어 보였다.
나는 살짝 목이 메인채로 물었다.
"몇 층으로 가세요?"
"1층으로요."
"어,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하지만 버튼이 사라져버렸어요 부인. 누가 9층 버튼을 누르길 기다리는게 어떨까요?"
"9층이요? 아니요. 그럼 2층으로 갈게요."
여자는 2층 버튼을 누르기 위해 다가왔다.
"부인,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2층에는 제 친구들이 많이 살고있답니다. 괜찮을거에요."
그리고는 버튼을 눌렀고. 나는 이 수상한 엘리베이터에서 나이 든 부인을 겁주는 게 썩 내키진 않았지만 한 번 더 시도해보기로 했다. 설득해보는거야.
"제 말이 이상하게 들리는 건 알지만 2층은 안전하지 않아요. 9층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내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부인."
여자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젊은이 괜찮아요. 나는 기회가 왔을 때 잡는편이라서 말이에요. 그보단..당신이 5층 사람들의 제안을 거절한건 참 유감이네요. 5층 사람들이 굉장히 실망했더군요."
나는 엘리베이터 구석으로 황급히 물러났다.
엘리베이터 뒤쪽 벽에 달린 거울에 비춘 여자는 소름돋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처럼.
"2층에 도착했습니다."
문이 열리자 그녀는 나에게 한 번 더 미소지은 뒤 문 밖으로 나갔다.
난 슬쩍 고개를 내밀어 2층에 무엇이 있는지 보려했지만 2층은 사무실이라기보다는 마치 오래된 동굴처럼 축축하고 어둑어둑했고 어디선가 낮은 울음 소리같은게 들려오고 있었다.
내가 주변을 살피는 동안 어디선가 화려한 양복을 차려입은 남자가 엘리베이터 문으로 다가와 문이 닫히지 않게 붙잡았다.
"이봐 자네도 여기서 내릴거야? 5층녀석들이 널 원했다는건 들었는데말이야. 우리가 더 나은 제안을 할 수 있다고!"
"어, 저는 괜찮아요."
"확실해? 우리는 시간당 80만 달러는 줄 수있는데말이야!"
"아뇨 괜찮습니다."
"농담이야. 진짜 시급은 네 두눈을 뽑아서 이 끔찍한 것들을 볼 수 없게 해주는거거든!"
그 순간 모든것이 암전되고 낮은 울음소리가 더 크게 울리며 내 귓전을 때렸다. 그 순간 내게 말을 건네던 남자가 날 붙잡아 엘리베이터 밖으로 끄집어내려했다.
난 필사적으로 엘리베이터문을 붙잡고 버텼다. 이런 젠장!
나는 남자를 향해 마구 발길질을 해댔고 마침내 그의 손길이 느슨해진 순간 필사적으로 닫힘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엘리베이터는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반응해왔다.
다시 9층의 버튼을 눌러봤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 미친곳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8층 버튼을 대신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순간 마치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듯한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쾅! 쾅! 쾅!
엘리베이터 패널의 숫자가 올라가는 동안에도 그 소리는 계속해서 들렸다.
3...4...5...
소리는 계속되었고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어째서?
6층...그리고 7층...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여전했다.
"8층에 도착했습니다."
8층에 도착함과 거의 동시에 문이 열리기 전 나는 서둘러 닫힘버튼을 누르며 23층의 버튼을 눌렀다. 쿵쿵거리는 소리는 계속되었고 엘리베이터 문에는 패인 자국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은 열리지 않은 채 위로 올라갔다.
9...
10...
11...
두드리는 소리는 조금 멀어진듯 했다.
14...
15...
소리가 점점 더 희미해진다.
19...
20...
21...
더욱 더 작아지고..
"23층에 도착했습니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마침내 두드리는 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난 숨을 내쉬었다.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듯한 기분이었다.
23층을 둘러본 나는 밖의 풍경이 1층과 굉장히 흡사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순간 내 머리속에는 내가 이 지옥같은 곳을 벗어난걸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문 바깥 멀지 않은 곳에 서있는 남자는 어딘지 익숙하지만 누구인지 정확히 떠오르지가 않는다.
"이봐요."
그가 내게 말을 건넸다.
내가 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탈때 말을 걸었던 그 남자잖아?
"..안녕하세요."
"다 끝났습니다. 나오셔도 괜찮아요."
그가 내게 말했다.
나는 안도감이 밀려옴을 느꼈지만 아직 방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당신이 저에게 경고잖아요. 9층이 아니면 안된다고."
"그건 일종의 시험이었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직감을 믿고 23층까지 올라왔잖습니까. 진짜 안전한 곳까지요. 이제 나와도 괜찮아요."
나는 여전히 엘리베이터를 떠나지 않았다.
"당신을 만나고싶어하는분이 있습니다."
나는 움직일수가 없었다.
"그리고 당신을 고용하고 싶어하기도 하구요. 당신이 굉장히 마음에 든 모양입니다."
왜 내 몸이 안움직이는거지?
"안쪽에서 기다리고 계시니 제가 모셔오겠습니다. 당신은 그저 그분을 만나기만 하면 됩니다. 처음에는 좀 이상할 수 있지만 금방 적응될 거에요. 계약은 종신직이고 보너스도 아주 두둑합니다. 현장직이긴 하지만 좋은 일자리만큼 괜찮은 생일선물이 또 어디있겠습니까?"
나는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깔고는 간신히 몇마디를 내뱉었다.
"오늘은 내 생일이 아니라니까요. 젠장."
"워워, 진정하세요. 직장내에서는 우리모두 가족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런 발언은 하면 안되죠."
그는 대답과 동시에 그 '누군가'를 데리러 돌아섰고 나는 '닫힘'버튼을 향해 온몸을 움직이려 애썼다. 하지만 내 몸은 말 그대로 달팽이와 같은 속도로 몇센티미터씩 간신히 움직일 수 있었다.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남자가 돌아오고있다!
나는 젖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간신히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고 그와 동시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에서 풀려난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음, 그럼 두분이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시죠."
문 바깥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라고?
나는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당연하게도 엘리베이터 안에는 나를 제외한 아무도 없었다.
완전히 지친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고 그 시점부터 나는 솔직히 이렇게 버티느니 죽는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무얼해야 좋을지 고민하는동안 나는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바로 9층 버튼이 붉게 빛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는데 아주 불길한 진홍빛이었다.
내가 무언가 하기도 전에 내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고 나는 발신자를 확인했다.
전화를 건 것은 내 아내였다.
"자기야, 이런 젠장 내가 왜 전화를 할 생각을 못했나 모르겠네 지금 내가 말도 안되는 이상한 엘리베이터에 갇혀있는데 혹시 경찰한테 연락 좀 해줄 수 있겠어? 이 정신나간.."
"여보. 9층에 가면 안돼."
"뭐? 잠깐, 대체 무슨 소리를.."
"속임수에 속으면 안돼 여보. 내 말을 믿어야돼. 아까 만난 그 남자 있지? 당신한테 거짓말을 한 거야. 그 사람 말을 따르는 건 위험해."
"여기에 안 위험한 상황이 없어 지금! 그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안거야?"
"그냥 내 말을 믿어줘 여보."
난 잠시 침묵했다.
"그럼 뭘 어떻게 하라는건데?"
수화기 너머의 악마는 이번에는 내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5층으로 돌아가서 면접을 봐."
나는 패닉에 빠진채로 전화를 끊고 9층버튼을 마구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올라가기 시작했고 내가 전화를 끊어버리는 와중에도 전화기에서는 낮고 악마같은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5층으로 돌아가서 면접을 봐."
"5층으로 돌아가서 면접을 봐."
"5층으로 돌아가서 면접을 봐."
나는 핸드폰을 높이 들고 있는 힘껏 바닥으로 내던지고는 미친듯이 밟아버렸는데 핸드폰에서 나오던 소리는 차츰 줄어들었고 마침내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나 그 순간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미친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평소보다도 훨씬 심하게 흔들리던 엘리베이터는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미 9층따위는 한참전에 지나친 느낌이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듯한 느낌이었지만 한가지 다른점이 있다면 지금 이곳에는 어떤 안전장치도 없다는 점이었는데, 엘리베이터는 위험천만한 속도로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마치 하늘위로 솟는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9층 버튼을 누른거 아니었냐고?!"
나는 분노에 찬 고성을 질렀다.
솔직히 아무런 효과도 없었지만.
"41층에 도착했습니다."
오, 신이시여 젠장.
엘리베이터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고 나는 서있을 수 조차 없어 무릎을 꿇고 웅크려앉아야만했다.
"90층에 도착했습니다."
엘리베이터 버튼은 52층까지밖에 없는데도!
"141층에 도착했습니다."
젠장할.
"230층에 도착했습니다."
"401층에 도착했습니다."
난 마치 누군가 쏜 총알 안에 있는듯한 기분이었다. 밝은 여성의 것이었던 엘리베이터 안내 목소리는 엘리베이터가 상승할수록 점점 낮은 목소리로 바뀌고 있었다.
"840층에 도착했습니다."
목소리는 한층 음산하게 바뀌다 마침내 악마같은 소리로 바뀌었다.
"아주 좋은 곳에 도착했습니다."
괴상한 안내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급정거했지만 문은열리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 위의 패널에는 층수 표시가 뜨지않아 몇층인지 알기 어려웠다.
나는 가만히 앉아 엘리베이터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지옥에서나 날법한 소리였다. 고통에 찬 낮은 신음소리와 무언가 깨지는듯한 소리 그리고 음산한 찬송가까지.
여기가 내가 가려던 곳인걸까?
나는 다른 질문을 채 떠올리기도 전에 밖에서 누군가 엘리베이터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거래를 하지 않으실래요?"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난 그 목소리에 대답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슨 거래?"
"이 층에 아저씨가 남고 저는 집으로 가는거에요."
"음. 난, 난 별로 그러고싶지않은데."
"하지만 저 정말로 집에 가고싶단 말이에요..."
밖에서 들리는 소리는 꼬마아이의 목소리였다. 망할 지옥같으니.
"음. 미,미안하다. 꼬마야."
내가 더듬거리며 대답했고
"괜찮아요."
어색한 침묵만이 남았다.
"그 사람이 아저씨한테 생일축하한다고 전해달래요."
꼬마가 말했다.
"음..그 사람이 뭔가 잘못 안 것 같구나. 오늘은 내 생일이 아니야."
"아저씨 생일이 맞아요."
꼬마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새로운 인생의 첫 날이니까요. 생일이죠."
...?
"그 사람이 TV를 보래요."
뭐라고?
나는 여전히 평범한 날씨채널이 나오고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한 쪽 코너에 달린 TV를 쳐다봤다.
하지만 화면 속에는 날씨안내가 아닌 CCTV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흑백의 화면이 비추고 있는것은...지금 내가 있는 이 엘리베이터의 안이었다. 그것도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실시간으로.
한가지 다른점이 있었다면 화면속의 나는 활짝 미소를 지은 채 바닥에 누워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내 위로는 누군가가 천장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사람이다.
순간 엘리베이터의 불이 꺼졌고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난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소리를 질러댔다.
난 잠시 뒤 있을 충격을 생각하며 몸을 웅크렸다.
죽음이 목전에 도달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온다.
망할 순간이 와버린거야.
이럴 수는 없는데.
난 아직 죽고싶지않단말이야.
"9층에 도착했습니다."
딩!
문이 열렸다.
잠깐,뭐라고?
9층?
나는 엘리베이터 밖을 힐끗 보았다.
또 안내 데스크인가.
잠깐만, 이번에는 정말로..
내 생각은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방해받았다.
"거기 하루종일 있을거냐 이 멍청아?"
나는 자리에 일어나 그간 느꼈던 불안감과 불신같은 감정들이..직관적으로 느끼던 그 감정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대신 희망을 느꼈다.
젠장할.
나는 문밖으로 나서 카운터로 다가갔다.
안내원은 엘리베이터의 버튼처럼 생긴것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1층으로 가는 버튼. 한번밖에 못 써."
나는 그것을 받아들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질문을 했다.
"계단으로 갈 수는 없을까요?"
여자는 고개를 내저었다.
"엘리베이터가 맘에 안들어? 그럼 계단은 더 맘에 안들텐데."
좋았어 엘리베이터로 가자.
나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와 기도하는 마음으로 버튼을 1층 버튼이 있어야하는 자리에 붙였고 버튼은 딱 맞아 떨어졌다.
내가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는 아주 부드럽게 아래로 하강했다.
"1층에 도착했습니다."
딩!
내가 엘리베이터 문 밖을 나서기 전 1층의 버튼이 다시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지만 더이상 아무래도 좋다.
나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엘리베이터를 나섰다. 이 망할 건물에서 나가야겠어.
하지만 어떤 여자가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리는 것을 발견했고 그녀를 멈추려 했지만 무언가가 나를 방해했다.
내가 간신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손으로 엘리베이터 문을 막고 그녀에게 말을 건네는 것 이었다.
"9층에 도착하기 전에는 무슨일이 있어도 내리면 안됩니다."
여자는 그저 내게 웃어보일 뿐 이었다.
"생일 축하해요 마이클."
오랫만에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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