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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번역/단편

[레딧공포번역글]주인공 신드롬.

by 김B죽 2023.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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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합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라고. 그게 좀 심화되면 나르시즘 환자가 되어서 주변사람들을 좀 불편하게 할 수도 있지만..제가 할 이야기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세계는 우리가 두 눈으로 직접 본 것으로만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우리가 볼 수 있는것은 한계가 명확하죠.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구요? 당신이 시뮬레이션 안에서 산다고 한번 생각해보세요. 아마 당신은 컴퓨터가 당신 주변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고 생각할겁니다.

 

예를 들어 서점 안으로 들어가서...그 안의 모든 책들을 읽어 본 적이 있나요? 아니지, 모든 책을 그냥 펼쳐만이라도 본 적이 있으신가요? 하나하나 살펴보지 않고서 어떻게 그 책 안에 내용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죠? 그 책들은 전부 겉만 그럴싸하게 꾸며놓은 아무것도 아닌 가짜일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그저 이 세상이 그럴듯해 보이도록 만들어진 가짜말입니다.

 

이걸 한번 확장해서 이 세계 전체에 적용해 본다면 어떨까요. 물론, 우리가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인지하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지만 정말로 당신이 확인하는 것은 얼마나 될까요?

 

결국 우리가 직접 경험하는 것들만이 우리의 현실을 구성하는겁니다.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 없죠.

 

어쩌면 이 모든게 어떤 실험의 일환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적어도 그냥 이게 정상적인 상황일지도요.

 

2주 전, 저는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제가 나고 자란 도시에서 꽤 먼 작은 동네라서 별로 맘에 들진 않았지만 학자금 대출의 상환을 위해서는 일이 필요했거든요.

 

저는 앞으로 약 6개월간 이어질 완전히 지루한 생활을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적어도 그렇게 될 줄 알았죠. 제가 도착한 바로 그 날 오후에 초인종이 울리기 전까지는 꽤 잘 적응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상자의 절반도 채 풀지 못한 상태였던 저는 누군가 방문할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들은 제 이웃(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자기를 소개했습니다.)들로, 개리와 그의 아내 그리고 쌍둥이 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친절한 사람들이었지만 저는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그저 성가실 뿐 이었어요.

 

하지만 방문자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집배원, 길 건너에서 온 다른 이웃들, 지역 식료품점의 사장에 청소부까지 모든 사람들이 제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 초인종을 눌러댔습니다. 저는 개의친 않았지만 그들과의 대화는 생각보다 너무나 길었어요.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그들과의 대화는 정말 이상했습니다. 불쾌한 골짜기. 마치 이 불쾌한 골짜기 효과가 얼굴이 아니라 대화에서 느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대화는 평범했지만 뭔가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게 느껴졌고 전 속으로 생각했어요.  '아니 대체 누가 실제로 대화할때 저렇게 말해?'

 

저는 짐은 반도 풀지 못한채로 이 작은 마을에서 쏟아지는 관심을 뒤로하고 잠에 들려했어요.

 

하지만 제 집의 뒤뜰이 보이는 창 밖으로 무언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여자가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듯한 실루엣이었는데 그것만으로는 이상할 것이 없지만 문제는 제가 그녀를 3일 연속으로 봤다는 점 입니다.

 

그것도 같은 장소에서요.

 

다음날 아침 저는 제 차의 타이어가 모두 난도질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시골인심은 개뿔, 제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려는 순간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이웃?"

 

개리의 목소리였어요. 그는 마치 제가 이 난도질 된 타이어를 발견하기만을 기다렸다가 모퉁이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어...네, 누가 이런짓을 해놨네요.."

 

저는 대답했어요.

 

"이런, 이거 마을에 말썽쟁이가 한 명 있는 모양이군요. 보안관님에게 알리는게 좋겠어요. 오, 저기 오시네요!"

 

세상에 이런 우연이, 보안관은 마치 동네를 어슬렁 거리던 것 처럼 저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 이분이 우리의 새 주민이시군!"

 

그는 자신을 소개하고는 사건에 대해서 조사해주겠다며 호언장담을 했고, 제가 이 마을의 다른 사람들과 나눈 모든 대화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필요보다 최소 3배 이상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슬슬 인내심이 정말로 떨어지기 시작했죠.

 

그 당시에 저는 그저 작은 시골마을의 사람들은 좀 다르다는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들은 대놓고 대화를 가능한 질질 끌고있었던게 분명합니다.

 

개리가 저를 일터까지 태워주겠다 제안했고 딱히 다른 방법이 없는 저는 그러기로 했습니다. 개리는 가끔씩 저에게 질문을 할 때 말고는 자기 삶에 관해서 쉴새없이 떠들어댔습니다.

 

제가 그곳에서 무슨일을 했는지 궁금해 할 분이 계실까봐 알려드리자면 저는 기사를 쓰는 리포터였습니다. 저는 마을 주변의 공장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었고, 그걸 위해 각종 기록이 있는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도서관은 상당히 낡아 디지털 시스템조차 없는 곳이었습니다. 책을 하나 빌리려면 아직도 수기카드에 직접 입력해야 하는 시스템이었죠.

 

아마 제가 도서관에서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일을 봤을거라고 생각하셨겠지만 천만의 말씀 도서관 사서와 그녀의 두 보조사서는 저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습니다. 그들은 제게 말을 건네고싶어하는 다른 손님들을 쫓아버리면서 이 도서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당연히 대화는 제가 원하는 것 보다 훨씬 길게 이어졌죠.

 

저는 제 일에 집중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습니다. 도서관의 모든 코너마다 제게 말을 걸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저를 지켜보는 것을 느꼈거든요. 그들의 얼굴은 책을 보고 있었지만 두시간째 모두가 같은 페이지를 보고 있었으니까요.

 

집으로 어떻게 돌아갈지조차 정하지 않은 채 도서관을 나섰을때 저는 거의 진전이 없는 상태였고 도서관 밖에서 개리를 발견하고 다가갔습니다.

 

"여기요!"

 

"저를...계속 기다린거에요?"

 

"아아 당연히 아니죠! 그럴리가요, 저는 그냥 이 주변에 있다가 당신이 집에 갈 방법이 없다는 게 생각이 났어요. 그리고 도서관이 이 시간즈음 문을 닫는다는 것도 떠올라서 태워다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음 고맙네요..."

 

나는 상당히 소름끼쳐하면서 대답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개리는 내일 오후에 자신의 집에서 열리는 큰 파티에 대해 말했고 저는 일을 해야한다고 했지만 개리는 주말에는 도서관이 문을 닫는다고 했습니다. 그게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던 저는 어깨를 으쓱하며 파티에 참석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날 밤, 저는 산책하는 여자와 개를 또 보았습니다. 같은 장소에서요. 저는 그것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않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 개리의 파티는 놀랍게도 마을의 절반은 다 모인 것 처럼 북적였습니다. 저는 곧장 거실 한가운데로 안내되어 중앙에 앉기를 권유받았고 그건 꼭 생일을 맞은 꼬마아이같은 모습이었어요.

 

모든 사람들이 저와 이야기를 나누려했고 처음에는 나쁘지 않았지만 금방 굉장히 지쳐버렸습니다.

 

그날 밤도 마찬가지로 같은 장소에 여자와 개는 나타났어요.

 

저는 문바끙로 나가 밤산책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길을 따라 걷다보니 40대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와 골든 리트리버를 발견했고 그녀는 가만히 서있다 저에게 다가와 자기를 소개했어요. 그녀는 항상 같은길을 지나다닌다며 온 마을이 떠들썩한 새 이웃을 만난게 굉장히 신난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저는 새 타이어를 사기 위해 마을의 모든 가게를 돌았지만(모든 가게라고 해봐야 사실 단 두군데 뿐입니다.) 모두의 친절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그 어느곳에서도 타이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대신 그들은 저에게 자전거를 한 대 빌려주었는데 식료품점 정도를 오가는데는 충분했습니다. 자전거로는 도서관까지 약 30분정도 걸렸고 개리가 계속해서 저를 태워주겠다고 했지만 저는 전부 거절했어요.

 

마침내 제 조사는 진전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자전거가 사라져버리기 전까지 일주일 정도는 순조롭게 이어졌죠.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보안관은 바로 근처에 있었고 개리는 언제나처럼 태워다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제 제게는 자전거를 빌려줄만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날 밤 저는 그녀를 또 만났습니다. 같은 장소에서요.

 

저는 산책중이었고 여자는 마치 저를 기다린 것 처럼 저에게 달려왔습니다.

 

전 이 마을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넌덜머리가 난 저는 이틀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 채 노트북앞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국 저는 이 망할 일을 관두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곳을 벗어날 참이었죠. 제 상관에게 전화해 이곳을 떠나겠다고 이야기한 뒤 여전히 새 타이어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택시를 불러두었습니다. 차는 뭐 다른 방법으로 나중에 가져오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이 곳을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었거든요.

 

이 탈출계획이 실행되기 전 날밤, 저는 아랫층에서 들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아래로 내려간 제가 발견한 것은...개리였어요.

 

그는 빈 손이었고 위협적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새벽 두시에 제 집에 왜 들어온 걸까요?

 

"ㅇ,어떻게 들어온거에요 개리?"

 

제가 물었습니다.

 

"아, 자물쇠를 열었어요. 자물쇠공이 도와줬지요."

 

그가 대답했죠.

 

저는 제 바로옆에 있던 우산을 집어들었어요. 무기로 썩 적당하진 않았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물건이었거든요.

 

"ㄱ,가까이 오지마세요!"

 

"방해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개리는 이 이상한 상황에 전혀 당황하지 않은 듯 말했습니다.

 

"그저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었을 뿐 이에요...당신은 여기를 떠날 수 없단걸요."

 

밖에서 소리치는 목소리를 들었을 때 제 의심은 거의 확신이 되었습니다.

 

"개리! 언제까지 전부 독점하고 있을건데요!"

 

"이제 우리 차례에요!"

 

"'공유하기'정신은 어디갔는데요?"

 

창 밖을 보니 마을 사람들이 제 집을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이게 대체 다 무슨일이죠?!"

 

제가 소리쳤습니다.

 

"설명하기가 좀 어렵네요. 일단 처음부터 얘기해볼까요. 당신이 조사중인 '공장'은 사실 공장이 아니에요. 그건 군사 연구 시설이었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저희를 이렇게 만들었어요. 이 마을에 영원히 갇힌 채로 내버려뒀죠. 대체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꼭 저희를 저주하고 싶었던 것 같이 말이에요. 그 외에는 이렇게 저희를 고문하는 이유를 알 수 없군요."

 

개리는 얼굴을 일그러뜨린채로 사납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배경 캐릭터에요. 우리 자신의 의지는 거의 없죠. 당신같이 외부에서 온 사람이 있을때만 삶의 목적을 찾을 수 있어요. 이 마을 전체에 생명을 불어넣게 되죠. 당신이 오기전의 내 삶이 어땠는지 알려드릴까요? 저는 그저 텅 빈 집에서 제 '가족'과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서있었어요. 먹지도, 마시지도, 잠을 잘 수도 없고 그저 빈 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죠. 무언가 느낄수도, 감정을 표현할 수도 없어요. 당신이 가까이 오기 전까지는 가족들과 대화를 할 수도 없어요.

 

당신들이 우리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고 있어요. 

 

NPC? 사이드 캐릭터? 그게 바로 우리에요. 당신이 없이는 그 어떤것도 할 수 없죠. 당신이 여기 오고 저는 몇 년만에 처음으로 살아있음을 느꼈고 정말로 행복했어요. 그거 알아요? 내 집은 사실 텅 비어있어요. 가구같은건 아무것도 없다구요. 다신이 파티날 봤던 모든 건 당신이 온 순간 생성된 것들이에요. 빈 집으로 돌아가게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더이상 그렇게 두지 않을겁니다."

 

개리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나와 같이 갑시다."

 

저는 윗 층으로 뛰어올라가 침실 문을 잠그고 가능한 모든 물건을 움직여 문 앞에 쌓아 바리케이드를 만들었어요. 창 밖을 내려다보니 많은 수의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문 밖에서 소리가 들리고 있어요. 그들은 금방 들어올거에요.

 

난 가족들이 있단말이에요. 여기서 저 정체모를 것들과 평생을 보낼 순 없다구요.

 

핸드폰으로 이 글을 적는 내 손이 떨리고 있어요. 대체 이 상황에서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뭔가 타는 냄새가 나는데, 저들이 불을 피운 것 같군요. 내가 창 밖으로 뛰어내리기를 기다리면서 말이에요. 그들이 저를 두고 싸울지 아니면 저를 조각내서 조금씩 나눠가질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저를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들 모두가 어쩌다 이곳에 갖히게 건지는 몰라도 새로운 동료를 맞이하게 될 것 같네요..

 

 

 

 

 

 

 

 

 

 

모 영화가 이런 비슷한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

흔한 플롯이지만 짧은 글이라 후루룩 해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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