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이 불타고 있다. 저녁즈음에 모인 여섯명의 사람 중 단 둘만이 탈출하는데 성공했지. 아니, 일곱명인가. 그래, 그게 바로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어.
여섯번째 손님이 언제 도착한건지를 모르겠단말이야. 내가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동안 디나와 안젤로가 가장 먼저 도착했고 그때까지는 없었던 것이 분명한데. 두사람이 가장 먼저 온 손님이니 누구도 없는 와중에 섞여들 수는 없었을테니까.
다음으로 도착한것은 케이였지. 그녀는 혼자 온 게 확실해 왜냐면 내가 데이트 신청할 기회만 엿보고 있었으니 누군가 같이 왔다면 모를수가 없었을거라고.
크리스토프와 마리나가 도착했을때 안젤로가 "너희 둘이 올때가 슬슬 됐다고 생각했어!" 하고 소리치는 것을 분명히 들었으니 그렇게 다섯명이 순서대로 도착한 것일테지. 물론 나는 계속 있었고 말이야. 내가 모르는 새에 문이 열리거나 했었던건가.
모든 것이 다 끝난 지금에 와서는 아무래도 좋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나는 대체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아야겠어. 내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처음 그것을 눈치챈것은 카드게임을 하는 와중의 일이었지. 안젤로가 카드를 섞어 우리 앞에 한 장씩 나누어 주고 고 있었어. 한 장, 두 장, 세 장, 네 장, 다섯 장, 여섯 장, 그리고 그의 앞에 한 장을 더 해서 일곱 장.
"인원 수가 안 맞잖아."
디나가 말했다.
안젤로는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테이블 위를 살폈고 7개의 카드들이 우리 각자의 앞에 놓여있었어.
"이상하네. 어떻게 된거지?"
안젤로가 카드를 다시 모아 섞으며 중얼거리고는 한 장씩 내려놓기 시작했지만 6장의 카드가 모두의 앞에 놓였을 때 안젤로는 아직 자기 카드를 내려놓지 상태였지.
"뭐가 문제지? 우리 여섯명 맞잖아, 그치?"
어색하게 웃으며 안젤로가 말했어.
그의 말이 맞아. 우리는 여섯명이었거든.
"다들 카드 위에 손 얹어봐."
안젤로의 말에 우리는 모두 카드 위에 손을 얹었지만 여전히 안젤로의 카드는 테이블 위에 없는 상태였어.
"음, 한 번 더 섞어보지뭐."
"그럼 그거 하는동안 난 화장실 좀 다녀올래."
케이가 일어서며 말했어. 그녀가 화장실로 간 사이 안젤로는 카드를 내려놓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안젤로의 앞에 놓인 카드까지 해서 다섯장의 카드로 숫자가 맞아떨어지는거야.
"케이, 니가 몇명이더라?"
안젤로가 소리쳤어.
"웃기셔 진짜."
케이가 대답했고 우리는 화장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
"그냥 여섯개만 내려놔 봐."
내가 안젤로에게 말했어.
"우리는 여섯명이니까 그렇게 하면 되잖아. 모두들 한 손만 써서 게임하면 남는 사람은 없을 거 아니야."
"니 생각이 그렇다면야, 근데 왜 아까 내가 일곱명분을 내려놨던거지?"
안젤로가 말했고
"넌 원래 수학 못하잖아."
디나가 그에게 대답했어.
"점수계산은 다른사람이 하는게 낫겠네."
크리스토퍼도 맞장구를 쳤지.
케이의 의자는 다시 테이블 앞으로 돌아왔고 안젤로는 카드를 나눠주었는데 이번에는 정확히 여섯명분의 카드가 놓였어. 남는 사람같은 건 당연히 없었단 말이지.
"이상하네."
안젤로가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렸어.
시작이 좀 불안하긴 했지만 게임은 잘 진행되었어. 게임에서 이긴 크리스토프는 부엌으로 가서 마실거리를 더 가져오기로 했는데 그가 부엌으로 사라지고 난 뒤에 나는 쿵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목을 졸리는 듯한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지만 내가 무언가 일이 생긴게 아닌지 살펴보려고 생각한 순간에 테이블 위로 와인이 놓였기 때문에 그걸 모두에게 따라주느라 바빠졌어.
그러다 나는 아까부터 케이의 잔이 전혀 비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챘지.
"얘들아 케이는 어디간거지?"
내가 묻자
"화장실 갔잖아."
디나가 대답했어.
"또?"
"그런가보지."
나는 고개를 쭉 빼서 복도너머의 화장실 문을 확인했지만 문은 닫혀있었어. 마리나 말이 맞았나보다 하고 생각했지 뭐.
"한 판 더 할까?"
내가 물었어.
"크리스토프 오면 하자."
마리나가 대답했어.
나는 주변을 둘러봤지만 크리스토프는 보이지 않았어.
"어디간거지?"
"부엌에."
마리나가 말했어.
"와인은 이미 가져왔는데? 와인잔도 새걸로 다섯개 있고."
"그럼 지금...누가 크리스토프의 와인을 마시고있다는 얘기야?"
내가 와인에 대해 지적하자 마리나가 과장되게 놀라는 척 하며 말했어.
우리는 모두 웃어넘겼지만 난 크리스토프가 어디간건지 정말로 궁금하긴했어.그리고 케이도 말이야. 아무래도 화장실에 너무 오래 있는게 아닌가 했거든.
뭐 그러려니 생각하긴 했어. 왜냐면 우리는 분명히 여섯명이서 카드 게임을 했으니까 좀 전까지는 있었다는 얘기고 그럼 그냥 와인을 좀 많이 마신걸까.
"둘이 돌아오기 전까지 스페이드 한판할까?"
안젤로가 카드를 나눠주며 말했어.
"왜 다섯명분이나 나눠줘?"
"좋아, 지금 확실히 뭔가 좀 이상해! 다들 손 좀 잡아봐."
디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안젤로가 카드를 테이블위에 내려놓으며 말했어.
우리는 모두 짖궃은 얼굴을 하고 장난스럽게 안젤로를 쳐다봤지만 그는 퍽 진지했기때문에 우린 각자 손을 붙잡고 테이블 주변으로 원을 만들었어.
"이제 각자 자기 왼쪽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차례대로 말해봐."
"마리나."
내 이름이 먼저 불렸고 나는 왼편을 보며 말했어.
"디나."
"안젤로."
"그리고 내 옆에는 스콧이 있지."
안제로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어.
"잠깐만. 내 이름은 이미 나왔잖아."
내가 항의조로 말하자
"그럼 이번엔 오른쪽으로 해보자."
안젤로가 말했어.
"디나."
안젤로의 이름이 먼저 불렸고 그가 그녀의 이름을 말했어.
"마리나."
"스콧."
"안젤로."
내가 말하자
"아냐, 내가 첫번째였잖아."
그가 말했어.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어. 나는 분명히 그의 손을 붙잡고 있고 내 옆에 있는 그를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어.
"테이블 좀 봐."
안젤로가 말했어.
"왜 와인잔이 한 잔 더 있는건데?"
"사진을 찍어보자. 다같이 모여서 찍으면 확실히 알거아니야."
마리나가 말했어.
마리나는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고 우리는 뒤로 가서 팔을 서로에게 두르고 미소지었어. 그리고 찍힌 사진을 확인하기위해 테이블로 모였지.
"여기 너, 나 , 너랑 너. 네명 맞네."
마리나가 한명씩 짚으며 이야기했어.
"이거 셀카 아니잖아. 사진은 누가 찍은건데?"
안젤로가 잠시 생각에 빠져있다가 말했지.
"크리스토프."
"케이."
마리나와 내가 거의 동시에 대답했어. 우리는 주변을 둘러봤지만 크리스토프와 케이는 어디에도 없었지.
"크리스토프는 아직 주방에 있는 것 같은데 내가 가서 보고올게."
마리나가 말했어.
"따로 행동하지 않는게 낫겠어 다같이가자."
안젤로의 말에 우리는 다같이 함께 부엌으로 향했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어.
"어디서 가스냄새 안나?"
디나의 말에 내 정신은 가스레인지로 향했어. 두개의 가스레인지 레버는 뽑혀서 사라진채로 완전히 돌아가있었는데 나는 그 레버를 근처에 있는 장식장 아래에 누군가 쑤셔박아둔 것을 발견했어. 누가봐도 숨기려는 의도가 굉장히 명백했지. 가스레인지 모서리는 누군가 쳐서 움푹 패인 자국도 있었고.
"크리스토프가 가스레인지에 뭘 떨군 모양이네. 말도 안해주고 어딜간거래."
나는 가스를 끌 방법을 찾기위해 가스레인지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어. 레버가 있던 자리는 너무 구부러져서 도저히 돌아가지 않았고 나는 가스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어. 나는 가스레인지를 당겨 뒷편에 있는 가스관을 잠그려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무거웠어.
"내가 뭘 넣어뒀었나?"
하고 중얼거리며 가스레인지 아래에 달린 오븐을 열자,
그 안에는 크리스토프의 몸이 구겨진 채로 들어가 있었어. 오븐안에 넣기 위해서였는지 팔다리는 앞뒤로 마구 구겨져 있었고 오븐 바닥에는 내가 움직이려 할때 쏟아진게 틀림없는 피가 고여있었는데 대부분은 크리스토프의 머리에서 흘러나온 것이었어. 왜냐면 그의 머리는 말 그대로 박살이 나 있었거든. 크리스토프의 눈은 앞으로 튀어나온채 나를 보고 있었어.
당연히 난 소리를 질러댔고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였어. 나는 즉시 무기가 될만한 것을 찾아 달려나왔지만 어쩌면 그냥 거기 더 있기 싫었던 건지도 모르겠네. 그리고 디나는 죽었어.
누군가 그녀의 목을 난도질한거야. 내가 부엌을 나설때만해도 멀쩡했었는데 돌아오니 그렇더라고. 뭔가 낌새도 없이 그냥 그렇게 갑자기. 그녀는 필사적으로 난도질당한 목을 붙잡아보려 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어. 풀썩 주저앉듯 쓰러진채로 죽은 그녀를 보면서 우리는 모든 패닉과 절망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지.
우리는 잠깐동안 얼어붙은채로 서있다 안젤로가 제일 먼저 디나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붙잡았는데 앞으로 쓰러진 그녀는 이미 죽은 뒤였어. 안젤로는 고통과 분노에 찬 비명을 질렀어.
"어디있는거야? 대체 뭐가 이런짓을 하는거냐고?"
안젤로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나는 칼을 손에 들고 벽쪽으로 붙었어. 마리나는 보이지 않았는데 도망치는데 성공했던걸까? 그런거면 좋겠네. 내가 모르는 상황이 있다는게 맘에 들진 않았지만 말이야.
"그게 계속 우리 사이에 숨어있었던 게 틀림없어. 우릴 가지고 논거라고. 케이는 어디있지? 대체 여태 어디있는거냐고."
안젤로가 씩씩대며 말했어.
난 화장실이라는 대답을 떠올렸지만 오븐에 쳐박혀있던 크리스토프의 구겨진 시체를 생각하자 굳이 확인하고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어.
"우린 그걸 볼 수도 없어. 아예 인지도 못한다고. 너랑 내가 손을 잡고 있다고 생각할 때 그게 우리 사이에 있었는데도 몰랐단 말이야. 이게 그놈의 방식이라면 우리는 어떻게든 대응할 방법이 없어!"
안젤로는 계속 분노에 찬 고함을 질러대느라 목소리가 갈라졌어.
"여기서 나가야돼 안젤로. 여기서 일어난 일도 일이지만 지금 가스가 계속 새고있잖아."
내가 말했어.
"맞아 그렇지. 전부 다 덮어버리면 돼. 그러면 내가 볼 수 없더라도 아무 상관 없잖아."
안젤로가 갑자기 차분해진 목소리로 섬뜩하게 중얼거렸고,
"뭐하는거야 안젤로?"
그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라이터를 꺼내들었어.
"뒷문으로 나가 스콧. 가, 밖으로 나가서 문은 그냥 닫아버려. 뒤도 보지말고 뛰어."
"안젤로!"
"집은 정말 미안하게 됐다. 스콧, 뛰어."
나는 안젤로에게 다가갔지만 그는 라이터를 앞으로 내밀었어.
"가. 당장 안가면 그냥 켜버릴거야. 어쨌건간에 난 이렇게 해야겠으니까. 이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야."
안젤로가 딱 하는 소리를 내며 라이터를 켜자 불꽃이 튀는 것이 보이자마자 나는 즉시 문을 향해 뛰었고 내 뒤에서는 그가 라이터휠을 돌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
나는 부엌이 폭발하기 전에 간신이 밖으로 나올 수 있었어. 내가 뒷문의 손잡이를 막 붙잡은 순간 굉음과 열기 그리고 엄청난 빛이 문과 함께 통째로 나를 내 뒷마당을 향해 내던졌어. 창문은 열기로 인해 전부 박살났고 뜨거운 유리와 나는 함께 바닥을 나뒹굴었지.
나는 조금이라도 머리 떨어지기 위해 풀밭을 기었고 내 등에 붙은 불을 끄기위해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어.
집은 이미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지만 소방서에 전화는 해야겠지. 그 외에 딱히 무얼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고. 경찰들에게는 시체에 대해서 뭐라고 말해야 좋지. 그보다 시체가 몇구나 나올지도 모르겠는걸.
만약 안젤로가 그것을 잡았다면, 최소 네구의 시체가 있겠지. 안젤로와 디나, 크리스토프 그리고 그것까지. 어쩌면 케이까지 다섯일지도 모르겠어. 아니면 여섯일지도 모르지 마리나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니.
최소 한명은 있겠지. 난 지금 혼자가 아니거든.
불타는 집을 바라보며 누군가 내 손을 꽉 쥐었으니까.
글 자체가 혼란을 주려는 목적인지
오묘하게 작성되어서 옮기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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