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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번역/단편

[레딧공포번역글]앵무새.

by 김B죽 2023.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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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 헨리 존슨씨는 최근 아내와 헤어진 뒤로 2주간 집을 떠나 머리를 좀 식히고 싶어했다. 그는 나에게 그동안 집을 봐 줄 수 있는지 물었고 가난한 대학생인 나는 그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내가 해야할 일에는 17살 된 존슨씨의 아프리카 회색앵무 스니커즈를 돌봐주는 것도 포함되어있었다. 난 새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다행히 존슨씨는 나를 위해 자세한 설명을 남겨두었다.

 

첫날 밤 나는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끝내고 그 집에 조금 더 머무르기로 했다. 크고 조용한 존슨씨의 집은 공부를 하기에 정말 최적이었기때문에. 나는 스니커즈에게 물과 밥을 챙겨주고 난 뒤 소파에 자리잡고 앉았다.

 

하지만 스니커즈가 나를 방해하는데는 오래걸리지 않았다.

 

"그만둬!"

 

나는 고개를 홱 돌려 스니커즈를 쳐다봤다. 그녀는 횃대위에 앉아 회색빛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만! 그만하라고!"

 

스니커즈는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나는 눈을 다시 문제집으로 돌려 집중해보려했지만 쉽지 않았다. 미분 방정식..내가 대체 왜 엔지니어링을 선택했지? 나는 진도를 조금도 나갈 수 없었다. 간식이라도 주면 좀 나아지겠지.

 

"멈춰, 제발, 그만하라고."

 

스니커즈는 머리를 마구 흔들며 횃대사이를 펄쩍 펄쩍 아무렇게나 뛰어다녔다. 하지만 그녀가 흉내내고 있는 이 말투는 소름이 돋았다. 누가봐도 곤경에 처해있는 누군가를 따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아마 무슨 영화같은걸 흉내내는거겠지 하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내 짐작은 완전히 틀렸다.

 

"멈춰, 제발 그만해 헨리, 그만."

 

헨리.

 

집 주인의 이름. 헨리 존슨.

 

나는 앵무새를 쳐다보았고 그녀 역시 나를 바라보며 휘파람을 몇번 불고는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그만해, 오 제발 헨리. 그만해!"

 

나는 피가 얼어붙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이 뛰는것을 느끼며 앵무새를 쳐다보았다. 대체 여기서 무슨일이 있었던거지? 뭘 계속 흉내내고 있는거야?

 

난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두분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듯한 태도였다.

 

"니 이모 쉴라도 앵무새를 한마리 키웠었잖니. 앵무새들은 정말 아무거나 다 따라한단다. 영화, 통화까지 전부 다 말이야. 욕같은 것도 포함해서. 내 생각엔 별로 걱정할 필요 없는 것 같구나, 애비. 특히 라켈이 최근에 그를 떠났다면 아마 싸우는 일이 잦았을테니 그걸 앵무새가 좀 흉내낸다고 놀랄일은 아니지. 더 심한말이 오갔어도 이상할게 없잖니."

 

아버지의 말은 맞았다. 스니커즈는 이후 몇시간정도에 걸쳐서 그만해라거나 헨리씨의 이름을 말했고 그 외에 다른 많은 것들도 잔뜩 말했으니까.  "엿먹어." "I'll be back." "어떻게 지내세요?" "comment allez-vous?[각주:1]" 같이 여러가지 아무 말을 마구 해댔다.

 

나는 저녁 10시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노트와 책을 가방에 챙기고 불을 끈 뒤 현관으로 향한 나는 어둠속을 향해 앵무새에게 인사를 건넸다.

 

"잘 자. 스니커즈."

 

그리고 문고리를 돌리려는 순간-

 

"그 칼 내려놔."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나는 스니커즈를 볼 수 없었지만 그녀가 새장 안에서 푸드덕거리며 철창에 이리저리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래 어쩌면 그냥 다른 영화 흉내일 수도 있잖아. 어쩌면-

 

"그 칼 내려놓으라고 헨리."

 

앵무새는 다시 말했다.

 

나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만둬 안돼 제발 그만해!"

 

스니커즈는 흥분한 상태였고 그녀의 날개가 철창에 마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스니커즈는 부리를 신경질적으로 딱딱대면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그만해 제발 그만하란말이야."

 

나는 제자리에 서서 그녀가 무언가 더 말하기를 기다렸지만 스니커즈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그저 딱딱대는 소리를 내거나 휘파람소리를 내면서 새장 안에서 푸드덕댈 뿐이었다.

 

나는 다시 불을 켜고 내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은 뒤 침실로 직행했다.

 

헨리씨는 어떤상황에서건 내게 지하실이나 침실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고 1층에서만 머물것을 분명히 적어두었다.

 

하지만 나는 계단을 오르고 있었고 그들의 침실로 향했다. 버건디컬러의 침구가 매트리스 위에 놓여있는 침실은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내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는 내내 나는 이 모든것이 그냥 내 상상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것은 내 상상따위가 아니었다.

 

옷장 안에서 나는 작은 상자를 찾아냈는데 그 안에는 라켈 존슨씨의 지갑과 운전면허증이 들어있었다.

 

계단 아래로 내려오는 내 다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 스니커즈는 새장 안에서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불을 끄고 문을 잠근 뒤 재빨리 집에서 나왔다. 내가 집에 가는 즉시 경찰에게 연락해야겠어. 집에 가자마자-

 

띠링.

 

나는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했다.

 

헨리 존슨씨에게서 온 문자.

 

'침실에는 들어가지말라고 했잖아.'

 

나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어두운 길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럼 대체 어떻게...아, 카메라! 그렇겠구나. 나는 곧바로 집으로 달려갔다. 거의 다 왔-

 

띠링.

 

'다 봤지?'

 

나는 더 빠르게 힘껏 달렸고 내 발은 거의 보도블럭을 걷어 차는 수준이었다. 다 왔-

 

띠링.

 

이번에는 핸드폰을 꺼내지 않았다.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확실히 잠그기 전까지 그저 달린 나는 마침내 핸드폰을 꺼내 그가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않는 게 좋을거야.'

 


 

나는 그의 충고를 듣지 않고 경찰을 불렀다. 경찰은 그의 집을 수색한 결과 끔찍한 것을 찾아냈다.

 

라켈의 시체가 지하실 냉장고에 있었던 것이다.

 

헨리는 동네를 떠나 도망치기 위해 휴가를 가는 척 하면서 나를 고용했는데 아마 스니커즈가 그 날밤 들은 것을 흉내냈다는 걸 꿈에도 몰랐던 것 같다.

 

그리고 가끔씩 나는 스니커즈가 그녀가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녀는 라켈이 결혼하기 전부터 키우던 애완동물이었으니까.

 

어쩌면 스니커즈는 아무생각도 없이 흉내를 내고 있던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라켈을 위한 정의가 실현되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조금 상관없을지 모르지만 오산 버드파크 혹시 다녀와보신 적 있나요?

저는 태어나서 대형앵무새를 코앞에서 본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아주 젠틀하고 얌전해서 푹 빠져버렸어요.

 

 

 

  1. 프랑스어로 how are you?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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