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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번역/단편

[레딧공포글번역]기만.

by 김B죽 2020.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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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들때와 다른 방에서 나는 내 아내라고 하는 한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여자 곁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녀는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켠 뒤 제 볼에 키스를 했지만 이 모든것이 아주 낯설었습니다.

 

방 한구석에선 무언가 하얀 얼룩같은것이 꿈틀대고 뒤틀리는 것이 보였는데,

제가 제대로 일어나 앉아 살펴보기도 전에 역시나 낯설게 느껴지는 제 딸이 방안으로 뛰쳐들어왔습니다.

 

"아빠 일어나요, 공원에 가야죠!"

 

공교롭게도 오늘은 주말이었고, 우리가 매주 토요일마다 가는 공원에 나는 한번도 가 본 적이 없었습니다.

 

"알겠다 알겠어, 준비 좀 먼저 하고."

 

부엌에 가만히 서서 창 밖을 보는데 창 밖 뒷마당에 무언가 희미한 것이 떠다니는 게 보였습니다.

저는 커튼을 젖혀 자세히 보려고 했는데 그 순간 제 아내가 저를 뒤에서 끌어안고 어깨에 머리를 기대왔습니다.

 

"괜찮아요 당신? 뭔가 좀 이상해보여요."

 

제 아내는 제 변화를 잘 감지해냈죠.

 

"아니, 괜찮아요. 그냥..좀 피곤해서 그래요."

 

뭔가 이상했습니다. 모든 것이 친숙하게 느껴지는데 저는 이 모든 걸 처음 보는 게 확실했으니까요.

 

저는 제 물건이 아닌 것들을 챙겨 제 차가 아닌 차를 타고 가족과 함께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들이 제 가족인지 아닌지, 저는 여전히 헷갈려하고 있었습니다.

 

그 희미한 빛은 계속해서 때때로 제 시야로 불쑥 들어왔고, 제가 더 집중하려고 하면 할수록 커져서는

빛 주변 현실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어서 마치 블랙홀처럼 삼켜버렸습니다.

 

어째서인지 저는 점점 그 블랙홀에게 이끌렸지만 완전히 삼켜지기 직전에 제 가족이 저의 손을 붙잡아주었어요.

제가 다시 돌아봤을때는 이미 그것은 마치 그저 완성되지 못한 추상화와 같은 모습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제 가족들은 울며 저에게 가지말라고 빌었어요.

 

그들을 두고 가는 것은 정말이지 죽을만큼 괴로웠습니다.

이것은 제가 원해왔던 것이지만 단 한번도 갖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사랑하지만 이건 제 삶이 아닙니다. 실수임이 틀림없고, 거짓된 삶이니까요.

 

저는 제 딸이 아닌 소녀의 눈물을 닦아주고는 말했습니다.

 

"이건 뭔가 잘못됐단다. 나는 가야해. 미안하다. 사랑한다."

 

저는 돌아서서 블랙홀 속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제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곳에 닿은 제 몸은 아주 작은 조각으로 부숴지고 흩어져 완전히 사라져 버렸죠.

 

이제 저는 아내도 딸도 심지어 물리적 형상조차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폐조차도 없지만 깊은 숨을 들이쉬었습니다.

 

"조금만기다려주세요 테일러씨, 뭐가 잘못된건지 찾아보고 있습니다."

 

저는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그저 웅웅대는 전자기파만을 만들어냈을 뿐이었죠.

 

"서둘러주세요. 가능한 빨리 그들에게 돌아가고싶어요."

 

"물론이죠 테일러씨...좋아, 다 됐습니다. 이번에는 당신의 무의식이 시뮬레이션을 잘 받아들였으면 좋겠네요.

 다시 가보죠. 셋, 둘.."

 

나는 내 아내곁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녀는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켠 뒤 제 볼에 키스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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