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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번역/단편

[레딧공포번역글]샬럿의 어머니는 샬럿에 대해 잊어버리곤 한다.

by 김B죽 2021.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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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운전중이라서 전화를 받으실 수 없나보다. 어머니께선 금방 오실거야."

 

나는 손가락을 탁상에 튕기며 내 앞에 앉은 소녀에게 동정이 담긴 미소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렇게 앉아 기다린지 꽤 되어 밖은 어두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나는 확신이 전혀 없었죠.

 

보조교사는 이미 퇴근시킨뒤였는데, 우리 둘 모두 고통받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건 별로 놀랄일도 아닌게 어떤 날은 몇 분 정도지만 어떤 날은 몇시간씩 걸렸고

마치 샬럿의 어머니가 샬럿에 대해 잊는다는 사실만이 확실한 것 처럼 보였을 정도니 말이에요.

 

샬럿은 밝고 똑똑한 아이인데 왜 그녀 주변의 모두가 샬럿을 거부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샬럿에게 잔혹하게 굴었는데, 그녀와 놀고싶어 하지도 않았고 그룹에 끼워주지도 않았죠.

나는 친절하고 조심스럽게 다른 아이들에게 샬럿과 어울릴 것을 권유해봤지만 모두 거절했고,

 

아이들은 샬럿이 마녀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아주 끔찍하게 굴기도 합니다. 그 작고 못된 악마들을 가르치다 보면 아주 제대로 알 수 있는데,

8살 밖에 안 된 주제에 이미 더 약한아이를 무리에서 따돌리고 심지어 그녀를 뭔가 괴물같은 존재로 몰아세우기까지 할 정도니 얼마나 잔인하단 말인가요.

 

그건 매우 슬픈 일이었습니다. 모두가 불쌍한 샬럿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 말이에요.

마치 누구도 그녀 주변에 있고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샬럿은 같은 극의 자석을 가져다 댄 것 처럼 사람들에게서 쫓겨난 것입니다.

 

"괜찮아요 선생님. 엄마는 못 오실 거에요."

 

샬럿은 그녀 앞의 책상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외투를 챙겨입는 그녀는 자기가 잊혀졌다는 것을 조금도 개의치 않는 듯 보였고 그녀의 두 다리는 가볍게 앞 뒤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오실거란다 샬럿. 네 어머니는 너를 사랑하시니까.....어머니는, 음, 그러니까 그냥 아주 바쁘신 것 뿐이야."

 

물론 내 말은 아무런 증거도 없는 반쯤은 거짓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녀는 매번 늦으면서도 전혀 걱정하는 기색은 커녕 샬럿을 데리러 오는 걸 꺼리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샬럿의 어머니는 매번 볼때마다 점점 초췌해지고 피곤해 보였는데, 마치 몇일씩 잠을 못 잔 사람처럼 보였죠.

그녀는 매우 불안정하고 신경질적이었으며 뭐가 되었건 도움이 절실해 보였습니다.

 

샬럿의 어머니를 비난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샬럿과 방과후에 남아 항상 그녀의 어머니를 기다리는 동안 그러지 않기는 꽤 힘든 일이었습니다. 단 하나밖에 없는 딸에 대해서 까먹을 정도로 피곤하려면 대체 얼마나 피곤해야 하는걸까요?

 

게다가 마침내 샬럿을 데리러 온 샬럿의 어머니는 반의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를 마치 괴물처럼 쳐다봤습니다.

 

"엄마는 저를 사랑하지않아요."

 

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입에서 엄마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 입니다. 아이들은 사랑받는다고 느껴야만 하는데.. 최악은 샬럿이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것 처럼 보이는 점이었죠. 이미 익숙해져 버린 것 처럼요.

 

저는 아동보호국에 샬럿에 대해 신고하려고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제 걱정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보였던 모양이었죠. 샬럿은 깨끗하고, 잘 먹고 있는 것 처럼 보였으며 학교에 늦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그녀는 학교에 빠진 적도 없으며 친구가 없는것 또한 신경쓰지 않았어요.

 

"어머니가 좀 늦어서 학교에 불편을 끼친다고해서 조사를 할 수는 없습니다."

 

전화를 받은 여자는 저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전화를 끊어버렸죠. 저는 최선을 다 했습니다. 정말로요. 샬럿을 정말로 도와주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전혀 몰랐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제가 샬럿과 그녀의 어머니를 기다리는 게 지겨워서 신고를 했다고 넘겨짚은 모양이었지만 그런게 아니라 저는 뭔가 더 있음을 직감한 것 뿐이었어요. 그냥 알 수 있었죠.

 

"대체 왜 어머니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거니?"

 

저는 뭔가 제가 그녀를 도울 수 있는 무언가라도 찾길 바라며 물었습니다.

 

"엄마는 저를 무서워해요."

 

"그게 무슨소리니?"

 

"엄마는 항상 집에가면 방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으세요. 저를 학교에 데려다주기 전 까지요."

 

샬럿은 여전히 책상아래로 두 발을 움직이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습니다.

 

"저녁은 주시는거니?"

 

"당연하죠 선생님. 항상 부엌에 준비해주세요. 전 그냥 먹기만하면돼요."

 

혼자서 하루종일 아무와도 이야기하지 않다가 집에가서조차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니, 저는 얼마나 외로울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샬럿의 어머니가 샬럿을 무서워한다는 것은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대체 방 안에서 무엇을 하는걸까요?

 

"어머니가 방 안에서 누구랑 같이 계시는거니?"

 

"아니요 선생님. 그냥 방 안에 혼자 계시는 거에요. 그래야만 안전하다고 했어요."

 

저는 목이 콱 막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만약 방 안이 유일하게 안전한 곳이라면, 왜 그녀는 샬럿과 함께 들어가지 않은걸까요? 대체 어떤 어머니가 그런 짓을 한단 말이죠?

 

"어머니가 왜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시는걸까?"

 

전 호기심을 억눌러가며 질문했습니다.

 

"왜냐면 제가 집에 있어서요. 엄마가 저를 무서워한다고 말해드렸잖아요."

 

샬럿의 말은 충격적이었지만, 전 스스로를 가다듬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착하고 어린아이를 두려워하다니 당혹스럽기 그지 없었죠.

 

"왜 어머니가 너를 두려워하는거니? 니가 무슨짓을 할 거라고 생각하시는거니?"

 

"왜냐면 제가 마녀니까요. 제가 엄마를 해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세요."

 

샬럿의 다리는 계속해서 무심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무감각한 표정은 저를 더 슬프게 했습니다. 저는 왕따가 불러온 이 참혹한 결과를 받아들이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었어요.

 

샬럿은 집에서 겪은 잔혹한 학대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태였고 스스로를 괴물이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린 상태였습니다. 정말로 참담한 일이었죠.

 

"샬럿 너는 마녀가 아니야. 만약 다른아이들이 너를 괴롭히면 나한테 말하렴.. 내가 이야기 해 볼게. 왜 아이들이 너를 그렇게 부르는거니?"

 

저는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억눌렀습니다. 저는 교단에 서는 일이 즐겁고 성취감이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샬럿과 같은 아이들은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일은 계속해서 제 머릿속에 남아서 저를 괴롭혔죠.

 

"왜냐면 제가 스테파니의 팔을 부러뜨렸거든요. 제 힘으로요."

 

저는 샬럿의 대답에 당혹감을 감추기 어려웠습니다.

 

샬럿이 이야기 한 사고는 기억하고 있었어요. 학기 초의 일로, 스테파니가 놀이터에서 넘어졌는데 그녀의 팔은 두군데가 부러졌고 상처는 꽤 심각했었습니다. 몇몇 아이들이 샬럿이 마녀의 힘으로 그런 짓을 했다고 소문을 퍼뜨린 게 틀림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제 충고와 부탁에도 불구하고 샬럿 주변에 있기 싫어했고 그 사고가 샬럿의 탓이라고 너무나 단단히 믿고 있었습니다.

 

"스테파니는 그냥 넘어진거란다 샬럿. 니가 한 짓이 아니야."

 

"제가 넘어지게 한 거에요."

 

"넌 마녀의 힘 같은 게 없어! 다른 애들이 그냥 나쁜 얘기를 한 것 뿐이란다."

 

저는 분노를 억누르기 위해 애쓰며 반쯤 소리쳤습니다.

 

물론 아이들을 상대로 감정적이 되는 것이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괴롭힘을 당하는 당사자에게는 더더욱이요. 하지만 저는 정말 간절하게 샬럿의 미소를 되찾아주고 싶었습니다.

 

샬럿은 다리를 흔들던 것을 멈추고 저를 쳐다봤습니다. 그녀의 텅 빈 눈이 저를 향한 순간 갑자기 빛이 돌아온 것 처럼 보였습니다.

 

샬럿은 웃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못들로 칠판을 천천히 긁는 소리 같았는데, 일부러 괴롭히기라도 하려는 듯 잡아늘린듯 한 소리였습니다. 그건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전혀 아니었죠. 마치 저를 조롱하는 듯 한 끔찍한 소리였어요. 저는 당장 교실을 뛰쳐나가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습니다. 마치 이미 샬럿을 떠난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요.

 

저는 이게 대체 어디서 온 건지 설명할 수가 없었어요. 샬럿에게서 나는 소리일까요? 아니면 단지 제 상상력이 만들어 낸 것일까요? 아마도 제 상상이 지나쳤던 것 이겠죠. 샬럿은 단지 어린아이일 뿐 이니까요. 이런식으로 생각하는 걸 멈춰야만 했습니다.

 

"만약 다른 아이들이 맞았다면요 선생님?"

 

샬럿은 그 끔찍한 웃음소리로 계속 웃으며 제게 아주 다정한 태도로 질문을 했습니다.

 

"그럴리가."

 

저는 제 머리를 흔들며 스스로를 추스르려 애썼습니다. 샬럿의 어머니가 조만간 도착할 것이고, 그럼 저는 그녀와 샬럿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을테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야 했죠. 제가 도와야만 합니다.

 

"넌 잘못한 게 없단다."

 

그러자 샬럿의 표정이 변했습니다.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고 제가 한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 처럼 보였어요. 짧게 스쳐지나갔지만 저는 샬럿이 생각하는 것을 볼 수 있었죠. 그녀가 저를 믿을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기에 조금 안도하고 있었던 그 순간이었어요.

 

무언가 일어났습니다.

 

저는 뭔가 박살나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갑작스럽게 엄청난 격통이 제 팔에서 느껴졌고, 제 팔과 관절은 완전히 꺾여 뒤틀어져 있었어요. 전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전 그런 말 한 적 없는데요 선생님. 저는 마녀인 게 좋아요."

 

샬럿.

모든 게 그녀의 짓이었습니다. 

 

"샬럿 제발 그만해! 너희 어머니가 금방 오실거야, 제발...제발 그만.."

 

저는 샬럿에게 저를 해치지 말 것을 필사적으로 빌었습니다.

 

샬럿의 두 눈은 더이상 텅 비어있지 않았습니다. 저를 바라보는 뚫어질 듯 한 시선속에서 저는 제가 얼마나 멍청하고 어리석었는 지 깨달을 수 있었죠.

 

이제서야 샬럿의 어머니가 얼마나 두려웠을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다른 아이들이 샬럿에 대해 하는 걱정을 무시했었는지 말이에요. 그들 모두는 피해자였고, 저는 완전히 틀렸던 겁니다.

 

샬럿은 고통속에 교실바닥을 구르는 저를 보며 눈을 굴렸습니다. 제 심장은 너무 세게 뛰어서 가슴을 뚫고 나올 것만 같았어요.

 

"엄마는 안 오실거에요 선생님."

 

샬럿은 일어서서 교실문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무슨소리야?!"

 

저는 혹시나 불쌍하고 지친 샬럿의 어머니가 밖에 있을까 생각하며 숨을 헐떡였어요. 만약 그녀가 차 안에 있다면 이건 정말 끔찍한 장난이겠죠.

 

샬럿은 불길한 미소를 지으며 교실을 빠져나갔습니다.

 

"엄마는 안 오세요 선생님. 어제 방 문을 잠그는 걸 까먹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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