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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번역/시리즈

[레딧공포번역글]난 상류층을 위한 개인박물관에서 일했었어. (1편)

by 김B죽 2021.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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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박물관은 공개적인 어떤 알림도 없이 문을 열고는 했어. 주에 단 한 번, 6시 정각에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말이야. 느려 터진 전용기 같은 말도 안 되는 변명따위는 절대 통하지 않아, 오로지 정각 6시에 문을 열 때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만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지.

 

아무도 이 거대한 부자들만을 위한 놀이터가 어디있는지 알지 못했어. 신조차도. 그리고 그곳에는 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지. 나의 신은 부유하고 유명한 자들이었고, 그들은 잔인하고 무자비했어.

 

문을 열때 그곳에는 나를 제외한 보안요원이나 그 어떤 스태프도 없이 오로지 최상위 1퍼센트 중의 1퍼센트 만을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무법지대만이 존재했지. 직원을 최소한으로 유지했던 것은 마이클 잭슨이 2000년대에 슈퍼마켓을 방문할 때와 같은 이유에서였는데 바로 남의눈을 피해 제약 없이 날뛰기 위함이야.

 

평소와 같이 나는 똑같은 밤색 코트를 잘 차려입고 머리를 잘 빗질한 뒤 광을 잘 낸 구두를 신고 5시 59분에 대리석계단을 다각 거리며 내려갔지. 흥분감에 찬 상태라기보다는 공포감에서 비롯된 조마조마함에 가까웠던 것 같아. 전시장은 그들의 장난감 가게와도 같았고 나 또한 그들의 장난감이나 마찬가지였으니. 하지만 그때 나는 그들이 우리가 준비한 초자연적 성유물의 전시를 자정까지 기다려 주기를 기도하는데 정신이 완전히 팔려있었어. 그저 그들이 그녀를 내보내지 않길 기도하는데에 말이야.

 

박물관의 로비는 아주 거대했는데, 금색의 기둥들이 아이보리색 대리석 바닥과 별빛의 빛줄기가 새어 들어오는 모자이크 유리 천장 사이에 우뚝 서있었어.

 

나는 한 손으로 성인 남성3명 정도의 키를 합한 정도는 되는 문을 열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시계를 확인했어. 정확히 정각 여섯 시였지.

 

네 명의 거만한 남자와 두 여자가 콧대 높은 태도로 으스대며 걸어 들어왔어. 그들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값비싼 털코트 차림에 악어가죽 백, 온갖 보석으로 치장을 한 모습으로 솔직히 꽤 우스꽝스러운 꼴이었지만 나는 당연히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지. 난 이런 모습을 아주 많이 보아왔으니까. 그나저나 개중에는 자기의 부를 과시하려는 마음이 조금도 없는 듯한 남자가 한 명 섞여있었는데, 그의 차림은 집 앞 편의점에나 방문하기에 딱인 복장이었거든. 헤진 청바지에 녹색 티셔츠차림의 그 남자가 대체 뭘 하는 사람일까 궁금했지만 내가 알 길은 전혀 없었지. 내가 알 수 있던 것은 그와 눈이 마주쳤던 짧은 순간 그의 눈에서 그가 그저 재미로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뿐이었어.

 

나는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알렸어.

 

"투어는 곧바로 시작됩니다. 소지품을 맡기시려면 왼쪽에 있는 보관함을 이용해주세요. 모험을 하시는 걸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저를 따라오도록 재촉하겠지만 이는 순전히 선택사항입니다."

 

마치 대본을 읽는 듯한 안내를 마친 뒤 투어는 평소와 같이 시작되었어. 나는 버르장머리 없는 부자들을 박물관의 왼편으로 안내했고 우리는 역사와 전쟁관과 살아있는 벽을 지나 마리아나 해구 전시장을 지나쳤어. 그곳의 수압을 높인 티타늄 탱크 안에 외부에는 단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바다 밑바닥의 생명체들을 모아둔 곳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시관이었지만 그 날은 그런 게 중요한 날이 아니었어.

 

박물관이 개장하는 날의 복도는 항상 소름 끼칠 정도로 고요했었어. 박물관 부지는 건물 바깥으로도 몇 마일이나 뻗어있었기 때문에 그런 고독한 밤에 나를 위로할 어떤 자동차 소리나 사람들의 소음 같은 게 조금도 없었지. 그곳에는 그저 나와 부유한 야만인들 그리고 전시관들이 전부였어.

 

왼편에는 초자연적 전시관이, 오른편에는 곤충 전시관이 있는 교차 홀에 들어서서 우리는 잠시 멈춰 섰어.

 

제발 보지 말아라. 제발 보지말아라. 하고 속으로 생각을 하며 말했지.

 

"이쪽으로 와주세요."

 

왜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거지?

 

나는 금세 그 이유를 알아차렸어. 그들이 초자연적 전시관 복도로 향하는 문 옆에 우뚝 서있는 유리 캐비닛을 발견했고 그게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만 거야. 캐비닛은 먼지투성이의 담요로 덮여있었고 오직 나만이 그 아래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었지. 그리고 난 그걸 그대로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게 가장 좋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말이야.

 

"이것 좀 볼 수 있어요?"

 

하고 조용히 묻는 목소리에 나는 탁상 위에서 떠밀린 꽃병처럼 산산조각이 나는 느낌이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미소를 유지해야만 했어. 투어가 시작된 후로는 미소를 계속 유지해야만 하기 때문인데 정말 비극적인 일이었지.

 

"투어의 나머지 부분을 전부 감상하고 자정이 지난 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겁니다."

 

한 남자가 내 말에 짐짓 심각한 어투로 끼어들었어.

 

"우린 이 투어를 위해 많은 돈을 지불했다고!"

 

그러고는 소리쳤어.

 

"저게 뭔지 보여줘!"

 

나는 내 머리카락이 뽑혀나가지 않는 게 놀라울 기세로 세게 잡아당겼어. 제발 보여달라고 하지 마. 나는 그녀를 깨우고 싶지 않단 말이야.

 

"그래, 보여줘!"

 

더 많은 괴롭힘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나는 그런 심리적인 괴롭힘에 익숙한 사람이었지만 계약상 그들과 싸움을 할 수는 없었지.

 

침을 꾹 삼키고 나는 내키지 않는 단어를 천천히 내뱉었어.

 

"네, 그러죠."

 

나는 담요가 마치 뜨거운 난로라도 되는 것처럼 내키지 않는 태도로 손을 뻗어 치운 뒤 캐비닛에서 암막지를 걷고 전구의 스위치를 켰어.

 

틱-틱-티-틱

 

형광등의 밝은 불빛이 우리 앞에 서있는 유리 캐비닛 안에서 깜빡거리며 들어왔고 그 안에는 기괴하게 거대한 여자가 있었어. 그녀의 키는 최소한 210센티 이상은 되어 보였고 조금만 더 컸더라면 고개를 꺾어야 했을 정도였는데 사실 가끔씩은 그러고 있기도 해.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은 마치 잿빛 버드나무처럼 매끈하고 창백한 어깨 위로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녀의 얼굴은 마치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처럼 아주 매끈하고 부드러운 플라스틱 같았어. 캐비닛 아래에는 마리에트, 1974-2004년이라는 글귀가 적혀있었지.

 

뚱뚱한 남자가 그의 포동포동한 얼굴을 비쩍 곯은 채 솟아난 듯 서있는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올려다봤지.

 

"어떻게.."

 

그는 목청을 가다듬었어.

 

"그녀는 어떻게 죽었지?"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고, 생각에 빠진 내 얼굴은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조금 바뀌었어. 불빛은 다시 한번 깜빡였지.

 

틱-티딕-틱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괴롭지만 그녀는 한때 이 박물관의 투어가이드였습니다."

 

나는 캐비닛의 유리에 손을 짚으며 말을 이어나갔어.

 

"슬프게도 몇 년 후 그녀는 신경쇠약을 앓다 결국 죽고 말았죠."

 

부자 관람객 사이에서 몇몇이 놀란듯한 숨소리를 헉하고 냈지.

 

"죽었다고요?"

 

사람들 사이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불쑥 물었어.

 

"그녀는, "

 

난 턱을 꾹 닫고 어금니를 꽉 물었어.

 

"그녀는 스스로 온갖 성형 보형물을 죽을 때까지 자기 몸에 투여했습니다. 사실 그게 우리가 그녀를 여기 전시할 수 있는 허점들 중 하나죠. 지금 그녀의 몸은 살과 뼈보다는 플라스틱으로 더 많이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티딕-티-틱

 

그 순간 형광등의 불빛이 나가버렸어.

 

"금방 다시 켜질 겁니다."

 

나는 관람객들을 안심시켰어.

 

"말도 안 되는 소리군."

 

한 남자가 볼멘소리로 빈정댔어.

 

"불행하게도 그렇습니다만.. 몹시 애석하게도 사실이랍니다."

 

나는 남자의 말에 반박했지.

 

"또 다른 허점으로는 그녀의 유언이 있는데요. 그녀는 스스로를 박물관에 기증하기를 원했습니다 마치.."

 

난 잠시 말을 멈추었어.

 

"박물관이 그녀에게 해 주었던 것처럼 말이죠."

 

캐비닛 안의 불빛이 다시 들어온 순간 나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어.

 

티딕대는 소리가 더 이상 형광등 램프에서 나고 있지 않았거든.

 

그 소리는 이제 그녀의 플라스틱 턱관절이 삐걱대고 뒤틀리며 마치 저주받은 인형같이 낡은 플라스틱을 갈아내면서 나는 소리로 바뀌어 있었지. 심지어 나는 그제야 그녀의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여진 것을 볼 수 있었고 그녀는 유리 눈알로 눈도 깜빡하지 않은 채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어.

 

난 땀에 젖은 손으로 담요를 집어 들어 누군가 그녀의 변화를 알아채기 전에 재빨리 다시 유리 캐비닛을 덮었어.

 

"그게 다야?"

 

누군가 물었어.

 

"그 여자 만져봐도 돼? 그 고무 같은 플라스틱 피부를 좀 만져봤으면 싶은데. 아주 오싹할 것 같아."

 

그러자 다른 목소리가 말했지.

 

나는 내 계약상 안된다고 말할 수가 없었어. 젠장, 저 부자 놈들은 원하는 걸 주지 않으면 아무런 제약도 없이 그냥 재미로 나를 죽이겠지. 내 비명소리를 누구도 듣지 못할 테고 말이야. 나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려야만 했어.

 

"이제 이동하도록 하죠."

 

나는 복도로 손을 뻗으며 말했어.

 

"이쪽으로 와주세요."

 

몇 가지 전시에 관해서 나는 관람객들에게 모든 세부사항을 다 알려주지는 않아. 그들에게 그런 걸 알려주는 건 의혹의 씨앗을 심는 것과 마찬가지거든. 그리고 그 씨앗은 대개 충족되지 못한 호기심으로 자라나. 호기심은... 언제나 독이 돼. 빈자건 부자건 상관없이. 난 그 부자 놈들에게 그녀가 그녀의 유리 감옥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어. 우리가 그녀의 눈을 감겨서 잠에 들 수 있게 한다는 것 또한 알려주지 않았고 말이야.

 

그 후 몇 시간 동안은 일이 꽤 순조롭게 지나갔어. 나는 그들에게 우리가 마다가스카르에서 공수해 온 어린아이들 만한 딱정벌레를 들고 만져볼 수 있게 해 주었지. 그 딱정벌레들은 수정 사이로 비치는 햇빛같이 빛나고 아름다워. 나는 설명을 하는데 너무 열중한 나머지 마리에트의 플라스틱 머리통이 움직였던 것에 대해서 거의 잊을 뻔했을 정도였어.

 

편의점 복장을 한 남자 존스 씨가 혀를 탁 하고 차며 말을 꺼냈어.

 

"이봐, 어.. 가이드."

 

그는 엄지손가락을 그의 등 뒤로 가리켰어.

 

"우리는 이쪽으로 돌아가서 다른 걸 볼 거야."

 

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고 그와 다른 한 여자는 조잡한 운동화 소리와 함께 복도 끝으로 사라져 버렸지.

 

잠깐 동안은 모든 게 아주 완벽했어. 나는 심지어 한 여자 관람객에게 우리가 유리 나비를 잡아 둔 곳으로 들어가도록 해주었는데 그 매력적인 곤충은 거의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강한 독성을 가진 생물이야.

 

남은 백만장자들은 하품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내심 그들이 뭘 보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었어. 내 심장이 꽉 조이는 느낌이었지. 그때쯤에 이 일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 같네.

 

복도 저편에서 유리가 박살 나는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어.

 

호기심은 독이 된다니까.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중얼거리며 초자연적 전시구역으로 향하는 어두운 복도로 내달렸어.

 

그런데 내가 뛰기 시작한 순간에야 나비 케이지의 문을 열어놨다는 게 생각난 거야. 내 뒤에서는 관람객들이 반대편으로 달리며 지르는 고함과 불만소리가 들려왔지. 그들은 날아다니는 생물에게서 살아남으려 뛰고 있었어. 그 치명적인 독에게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쨌거나 이미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 나는 계속해서 뛰었어. 내 심장은 덜컥 내려앉았고 이미 어떤 상황이 펼쳐져 있을지 짐작할 수 있었어. 그날 저녁은 더 이상 순조롭지 않았지.

 

코너를 돈 순간 나는 한 여자가 창가 근처 벽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내가 소리쳤어.

 

"그녀가.."

 

여자의 목은 확실히 메어있었고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어.

 

"나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안 했어.. 그들이... 그들이.."

 

나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봤고 마치 비라도 내린 것처럼 벽과 바닥에 늘어져있는 유리조각들은 악마의 흔적과도 같이 보였어. 몇 걸음쯤 떨어진 곳에는 암막지와 먼지투성이 담요가 반쯤 가린 캐비닛의 날카로운 구멍이 입을 쩍 벌리고 있었는데 그 안에서 나를 조롱하는 듯 전구의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지.

 

난 손목의 시계를 확인하고 장이 배배 꼬이는듯한 기분이 들었어. 시간은 아직 자정이 지나지 않은 상태였거든. 자정이 채 지나지 않은 이른 시간에 누군가 마리에트의 캐비닛을 부쉈고 그녀는 사라져 버린 거야. 내 옆에서 울고 있는 여자처럼 내 목도 메여오기 시작했어.

 

"저와 함께 가시죠."

 

나는 한 손을 내밀며 말했어.

 

우린 일어서서 달리다가 해양전시관과 살아있는 벽 옆에서 잠시 한숨을 돌리기로 했어.

 

"대체... 뭐죠... 이건?"

 

여자는 복숭아빛의 벽을 쳐다보며 말했어.

 

"제발 만지지 마세요."

 

그녀가 바깥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난 제대로 된 생각을 하기가 어려웠어. 그녀는 그 기괴한 턱관절을 끼긱대며 박물관의 이곳저곳을 더 많은 플라스틱을 찾아 배회하고 있을 테지 더 완벽한 복화술 인형이 될 수 있도록 말이야. 이곳에서 일하는 것에 너무나 집착한 나머지 인형이 되어버릴 정도니까. 그녀는 스스로 인형이 되었고 우리가 그녀와 놀아주기를 원해. 마치 그녀가 우리와 놀고 싶어 하는 것처럼.

 

"이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여자는 중얼거리며 끈적하고 매끈한 벽에 손을 뻗었어.

 

그 순간 나는 이성을 잃고 말았지. 그냥 모든 게 너무 순식간에 일어났어. 나비들, 마리에트, 이 역겨운 아무 생각 없이 일을 엉망으로 만드는 부자 놈들까지.

 

손가락 같은 형태의 두툼한 슬라임들이 벽에서 나와 여자를 붙잡으려 했는데 그것들은 사실 온기를 찾고 있는 살구빛 벌레들이야. 난 그녀의 손을 탁 쳐내고는 소리쳤지.

 

"그것들은 만지시면 안 됩니다!"

 

그녀는 숨을 헉하고 들이쉬자 나는 내 실수를 깨달았는데 내가 방금 계약을 어겼고 이는 내 목이 곧 잘려나갈 것임을 의미했어. 

 

"감히 나를 만져?!"

 

여자는 어찌나 화가 났는지 목에 핏대까지 세운채 내게 소리를 질렀어. 나는 손을 들어 그녀를 진정시키려 애썼지.

 

"정말 죄송합니다 부인. 이 이상한 생물은 살아있는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나는 의식하지 못한 채 이 모든 상황의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다시 가이드 투어 대본을 읊었어.

 

"방금 부인이 만지려고 하신 바로 그 생물은 부인을 산채로.."

 

"듣고 싶지 않아, 됐어."

 

우리는 한동안 거기 서서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별생각 없이 서 있었어. 나는 타오르는 불꽃을 구경하는 듯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 시시각각 변하는 벽을 쳐다보고 있었지. 복숭아빛 덩어리가 표면을 계속해서 꿀렁이며 흐르는 그 벽은 마치 가까이서 보라고 나를 유혹하는 듯했고 아래의 금빛 명패에는 '살아있는 벽.'이라고 적혀 있었지. 난 고개를 흔들어 유혹을 떨쳐냈어.

 

그때 리처드 존스가 나타났어. 그의 초록 티셔츠는 목 부근이 찢겨 나간 상태였고 그의 눈은 큰 충격을 받은 듯 움푹 꺼진듯한 상태였어.

 

"문이 잠겼어. 가이드, 열쇠 좀 줘."

 

난 고개를 끄덕였지.

 

"곧바로 가죠."

 

나는 현관을 향해 빠르게 걸었지만, 그는 나를 따라오지 않았어.

 

"존스 씨?"

 

내가 돌아보며 그를 불렀어. 리처드 존스는 몇 분 전에 주저앉아 울고 있던 그 여자의 곁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어.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창으로 흘러들어오는 흐릿한 별빛 아래 서 있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지.

 

그가 여자의 등에 손을 얹은 채로 내게 미소를 지어 보였을 때 나는 너무 늦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그는 그녀를 벽으로 떠밀었고,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머리부터 그 끈적이는 복숭아빛 벽으로 빨려 들어갔어.

 

그녀의 척추와 목 주변을 감싼 손가락 같은 덩어리들이 그녀의 뼈를 부수고 꺾었어. 그 덩어리들은 그녀의 목구멍으로 꿀렁이며 들어갔는데 그녀의 이를 마치 고깃덩이에서 뼈를 잡아 뜯듯이 뽑아냈어. 그녀의 비명소리는 목구멍에서 기분 나쁜 슬라임이 부글대는 소리만 날 때까지 계속되었지.

 

벽이 그녀를 모두 먹어치웠어. 그러고 나서는 그 계속해서 움직이는 표면에 그녀의 남은 윤곽이 드러나도록 전시했고 그녀의 팔과 입이 그 굶주린 벽의 가죽 위로 튀어나왔어.

 

리처드는 웃음을 터뜨렸어. 그는 계속해서 웃음을 멈추지 않더군. 그에게 있어서는 그의 부유함이 행복을 가져다준 것이었던 거야. 끔찍한, 아주 끔찍한 행복을 말이야.

 

난 역겨움을 느꼈고 토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어.

 

벽에서 낮고 알아듣기 힘든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그건 여자의 목소리였어. 슬라임의 틈새로 알아듣기 힘든 여자의 목소리였지.

 

"리치..."

 

그녀는 신음하듯이 말했어.

 

나는 도망치려고 했지만 존스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는 그가 원하던 재미를 얻자 그대로 떠나버린 거야.

 

"리..ㅊ...ㅣ..."

 

그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을 때까지 무시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어. 나는 창 아래 쪼그려 앉아 내 두 귀를 막고 머리를 흔들어댔는데 내 심장은 터질 듯이 뛰고 있었고 장은 배배 꼬인듯한 기분이었어. 난 더 이상 이 투어가이드 일을 하고 싶지 않았지.

 

달리고 또 달려 나가는 동안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어. 나는 허벅지가 터질 듯이 빠르게 계단을 뛰어올랐고, 그날 밤 박물관의 밤은 계속해서 깊어갔어.

 

몇 시간이 지났어.

 

개장일의 밤은 정말로 길고 끔찍했고, 얼마를 준다 해도 이런 일을 하면서 돈을 벌만한 가치는 없다고 느꼈지. 나는 2층 관리실의 옷장 안에 숨은 채 때때로 문 틈새로 밖의 공포스러운 광경을 엿보곤 했어.

 

시간이 흘러 그 끔찍한 인간들의 박물관 구경이 끝나고 난 뒤 나는 존스가 그 여자와 벽에 대해서 농담을 하는 소리를 들었어. 그는 나머지 부자 놈들과 농담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개인 전용기를 타고 자기 소유의 집으로 떠나는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지.

 

자정이 지난 뒤 마리에트는 잠이 들었고 나는 그녀의 플라스틱 눈꺼풀을 그녀를 위해 덮어주었어. 나에게는 치워야 할 유리조각들과 고쳐야 할 캐비닛이 남아있었어.

 

그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나는 진짜 악몽은 우리 박물관에 있는 것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지. 정말 끔찍한 것들은 이곳을 방문하는 인간들이 가진, 그들의 뒤틀린 유희를 향한 욕망과 그들이 하는 게임이고, 나는 그들의 장난감이라는 점이야. 난 심지어 그들이 마리에트를 가지고 논 것에 대해서도 안타깝게 느꼈어.

 

내가 일을 그만두는 계기는 그저 인간의 방종에 대한 역겨운 본성의 결과였을 뿐이었어. 일주일에 딱 한 번만 보면 되는 것이었는데도.

 

마리에트는 여전히 밤중에 그녀의 유리 감옥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어.

 

어쩌면 나는 그만둘 수 없을지도 몰라, 바로잡아야 할 일들과 고쳐야 할 것들이 있으니까.

 

마리에트의 걸음은 아주 아주 느려. 그녀의 번뜩이는 양쪽의 유리 눈알은 마치 대리석 구슬처럼 이리저리 마구 움직여대고 그녀의 머리통도 그저 더 많은 보형물을 찾아 이리저리 힘없이 빙글빙글 돌아가. 더 완벽한 전시물이 되어서 박물관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한 보형물들 말이야.

 

틱, 틱, 틱

 

나는 문을 닫기 전에 거대한 로비를 잠시 생각에 잠긴 채 유심히 살펴봤어. 박물관은 아주 거대하고 끔찍해. 잠깐 동안 나는 내 얼굴을 찌푸리고 그저 우리 손님들이 곤충 따위를 보는 것 만으로 만족하던 때를 생각했어. 난 이곳에서 꽤 오랫동안 일을 해왔어, 끔찍한 이야기들이 마치 멈추지 않는 수도꼭지처럼 솟아나는 곳에서 말이야. 아마 더 많은 부자 놈들이 이곳을 방문할 테지. 아마 더 해줄 만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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