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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번역/단편

[레딧공포번역글]딸을 보는 남편의 표정이 이상합니다.

by 김B죽 2023.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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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처음에는 다른 아주 오래된 커플들처럼 고등학교시절부터 만나왔고 항상 친구들도 저희를 부러워할 정도로 잘 알려진 커플이었어요. 다들 우리가 결혼까지 하게 될 거라고 말했는데 모두의 생각은 적중했죠. 왜냐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결혼했거든요.물론 우리는 겨우 20살에 불과했음에도 좋은 양가 부모님과 좋은 일자리를 얻어 모든것이 술술 풀려갔어요. 저희에게 운이 꽤 따라줬지만 이 행복도 그렇게 오래가지만은 않았답니다. 저희의 첫 딸이 태어난 이후로 저와 제 남편사이가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당신을 위해 조금 설명해주자면 제 남편은 보통은 굉장히 열정적인 남자였어요. 저희는 고등학교생활 내내 함께 했고 이후에도 결혼생활을 5년 더 했으니 두사람만을 위한 시간은 충분히 가졌었죠. 저희는 최소 20대 중반이 되기 전까지는 아이를 갖지않기로했는데 이때까진 모든 것이 다 좋았습니다. 하지만 첫째 딸 비리디안을 대하는 제 남편은 정말로 이상했어요. 비리디안이 그를 향해 기어올때면 움찔하고서는 순식간에 반대편으로 재빨리 도망쳐버리는등 저는 그가 딸과의 모든 접촉을 피하는 것을 발견하곤 했어요. 제가 비리디안을 안아주거나 볼에 뽀뽀를 해주는 걸 보면서 움츠러들었는데 심지어 단순히 제가 그의 주변에서 비리디안과 놀아주기만해도 그랬어요. 자기 딸인데도 그러는 것을 보면 저는 이상하기도하고 꽤 상처를 받기도 했죠.

 

저는 그와 거의 모든것을 함께 해왔어요. 심지어 그가 조금의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힘겨워하는 첫 아이조차 우리의 아이였으니까요. 그는 비리디안이 마치 무슨 질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쳐다보며 닿는 것 조차 꺼려했어요. 어느날 밤, 제가 평소처럼 딸아이를 침대에 뉘어주려 할때 저는 제 남편이 문가에 서서 우리를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죠. 하지만 제가 딸의 방 밖으로 나왔을때 그는 사라져있었고 대신 저희 침실의 문이 천천히 닫히고 있었습니다. 제가 약간 심통이 난 기분으로 침실로 들어가자 제 남편은 저를 등진채 누워있었어요.

 

"자기야. 요즘 비리디안한테 왜 그러는거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

 

제가 부드럽게 말을 건네자 남편은 어깨만 으쓱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않았어요.

 

"얘기 좀 해."

 

남편은 한숨을 내쉬고 몸을 돌렸지만 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몽상에라도 빠진듯 천장을 본 채로 누워있었어요.

 

"..그 애는 우리 아이가 아닌 것 같아."

 

남편은 조용히 한마디를 건넸고 잠시 정적이 흘렀죠. 저는 남편이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라고 말했다는 걸 눈치챘어요.

 

"무슨 말을 하고싶은건지 잘 모르겠어 자기야."

 

"그러니까, 우리 아이가 아닌 것 같다고. 비리디안은 뭔가 좀...이상하지않아?"

 

그 말을 들었을 때 저는 기분이 꽤 상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가 원한게 이런거였을까요? 남편에게는 비리디안이 실망스러웠던걸까요?

 

"하, 알겠어. 잘자. 난 우리 딸에 대해 이런식의 대화를 하고싶진않아."

 

저는 이불을 덮고 그에게서 몸을 돌려누웠어요. 그날밤 더이상 그런 대화를 전혀 나누고싶지않았죠. 남편은 한숨을 쉬었어요.

 

"제대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뭔가 좀 이상하단말이야....그 애는 인간이 아닌 것 같아."

 

저는 그가 하는말을 이해해보려고 했지만 얼마나 설득력이 있건간에 더이상 남편의 말을 듣고싶지 않았어요. 저는 정말로 놀랄 수밖에 없었죠. 우리 딸이 인간이 아니라니? 분명 의사와 간호사 심지어 남편이 직접 보는 앞에서 딸아이를 낳았는데 어떻게 우리 딸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가 있을까요? 저는 그가 저를 기분나쁘게 할 목적으로 말한게 아닌 정말로 남편이 생각하던 말을 꺼낸 것을 알았기때문에 그저 으쓱하고 그의 말을 넘겼어요.

 

저는 딸아이의 우는 소리에 새벽 4시에 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제가 가보겠다고 웅얼거리며 일어나 복도로 나갔을때 저는 딸의 방 불이 켜져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이 이상한 일에 놀란 저는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죠. 대체 누가 저 불을 켠걸까요? 제가 조용히 방문을 열자 그 안에는 제 남편이 아기침대에 누운 딸을 바라보며 서있었어요. 그는 침대의 안전문을 아주 세게 붙잡고 서서 그냥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대체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제가 천천히 남편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듣고있지않았어요.

 

"봐. 저 애의 눈을 보란말이야."

 

그가 속삭이는듯한 톤으로 말했어요. 제가 조용히 남편에게 다가가 그의 손 위에 제 손을 부드럽게 얹고 울고있는 저희의 딸을 보자 그가 계속해서 속삭였어요.

 

"완전히 이상하잖아."

 

저는 딸아이를 안아 부드럽게 토닥이며 달래주었습니다. 제가 본 딸의 눈은 저를 닮은 크고 아름다운 갈색 눈이었죠.

 

"나랑 똑같은 눈이네. 예쁘기만 한걸."

 

딸이 마침내 진정하기 시작했기때문에 저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잖아, 엘리자베스."

 

제가 화들짝 놀라 제 뒤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남편을 쳐다보았을때 그는 비리디안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그를 자세히 살펴보니 남편의 흰자위는 붉게 충혈되어있었고 굉장히 뻑뻑해 보였어요. 마치 아픈사람처럼 창백한데다 미친사람처럼 땀을 엄청나게 흘리고 있었죠. 제가 물러섰지만 여전히 남편의 시선은 딸에게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보란말이야."

 

저는 다시 딸을 내려다보았지만 딸의 크고 아름다운 갈색눈동자는 확실히 제 자리에 있었어요. 저는 여전히 우뚝 서서 딸을 노려보는 남편을 쳐다보았습니다.

 

"자기 좀 자야될 것 같아. 자러가."

 

제 말에도 남편은 아무런 대답없이 가만히 서있었습니다.

 

"자러가라고 했잖아. 비리디안 방에서 나가란말이야. 아침에 다시 얘기하자."

 

남편은 느리게 시선을 돌려 저를 쳐다보더니 마침내 천천히 저희 둘을 지나쳐 안방으로 향했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저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어요. 남편이 마치 저희 둘에게 큰 위협이 된 것만 같았죠. 저는 그대로 딸을 두고 나가기에는 안전하지 않다고 여겼고 재빨리 문을 닫아 걸어잠근 뒤 흔들의자에 앉아 딸을 안고 잠들었습니다.

 

그 후로 몇주동안 제 남편은 평소보다도 더 이상하게 굴었는데, 비리디안은 평소처럼 여기저기 기어다녔지만 이제는 행복하거나 기쁠때 꺄르르하는 소리를 내고는 했습니다.제 남편은 그녀가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괴물이라도 되는양 굉장히두려워했고 딸이 그에게 기어가거나 박수를 치는등 어떤식으로건 다가가려 할때마다 공포에 질린 비명소리를 내질렀어요. 제가 가장 이상하게 여겼던 점은 딸이 남편을 조용히 관찰하고 지켜본다는 점 이었습니다.때때로 마치 비리디안은 일부러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 처럼 보였어요. 남편을 의도적으로 자극하려는 것 처럼 말이에요.

 

저는 둘 모두 이상하게 행동하고 있다 느꼈고 심지어 제 남편이 어쩌면 미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해서 제 딸이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남편은 제가 진찰받기를 권하자 거부했죠. 그는 자기가 환상을 보는 것이 아니며 제가 어떤 최면에 빠져있다고까지 주장했습니다. 저는 점점 남편과 함께 있는것이 거북해졌습니다. 항상 그의 눈치를 살폈고 딸을 보호하기 위해 아기방에서 함께 잠을 청했어요. 전 남편에게 그가 저와 딸을 두렵게 만든다고 이야기하려했습니다.

 

"그건 우리 딸이 아니라니까!"

 

남편이 소리를 질렀지만 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않고 그저 비리디안을 안고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남편은 마침내 정신이 든 건지 정상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딸을 안아주거나 함께 놀아주고 심지어 그가 직접 밥을 먹여주는등의 평범한 행동을요. 저는 겨우 안심할 수 있었고 몇일동안 그의 그런 모습을 보자 안방에서 잠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몇주간 그가 보였던 이상한 행동들에 대해 묻는것이 남편을 자극하게될까 두려워 아예 묻지않기로 마음먹었죠. 깊이 잠들어있던 저의 잠을 깨운것은 우리딸이 내지르는 날카로운 비명소리였습니다. 제가 재빨리 일어나 딸의 방으로 갔을때 그곳엔 아무도 없었어요. 방으로 돌아가 남편을 깨우려 했지만 남편 또한 아무데도 없었죠. 저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가능한 빠르게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갔습니다. 남편은 부엌에 있었어요. 제 딸을 식탁위에 올려두고 식칼을 손에 쥔 채로요.

 

"자기야."

 

저는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아주 조심스럽게 그를 자극하지않으면서도 즉시 그를 공격할 태세를 갖춘채로요.

 

"내 말 좀 들어봐, 자기도 그러기 싫잖아."

 

"내가 안 죽이면 이게 우릴 다 죽일거야, 당신은 모르겠지, 우리 주변에 이 그림자들이 안보이냐는말이야! 얘가 이걸 다 불러들인거라고!"

 

저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어둠속에는 오로지 저희와 울고 소리치는 딸아이만이 달빛아래 빛나고 있을 뿐 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어 자기야."

 

남편에게 조금씩 다가가며 제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나 좀 봐. 내가 도와줄게. 자기 지금 도움이 필요한 것 처럼 보여, 얼마든지 도와줄게! 도와줄 수 있어! 잠깐 내 얘기 좀 들어줘."

 

저를 쳐다보는 남편을 보자 그는 아주 지치고 피곤해 보였습니다. 그에게는 이성적 제안이 필요해 보였지만 그는 그걸 원하고있지않았어요.

 

"아니, 아니야 내가 아니라 당신에게 도움이 필요하겠지! 어떻게 이걸 못 알아챌 수가 있냐고!"

 

그가 소리를 지르며 칼을 비리디안의 바로 옆에 쾅하고 내려쳤을때 저는 거의 소리를 지를 뻔 했습니다. 제 심장소리로 귓전이 터져나가버릴것 같았지만 저는 계속해서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고 마침내 딸을 사이에 두고 접근할 수 있었어요.

 

"우리가 먼저 죽이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죽게될거야."

 

남편은 조용히 중얼거리고는 칼끝을 저에게 향했습니다.

 

"당신도 이미 대체되었다면? 이게 당신을 감염시킨거지. 당신 눈에서도 이것과 똑같은게 흘러나오고있다고!"

 

"자기야 내 말 좀 들어봐, 지난 한달동안 상황이 좀 안좋아졌었지. 난 정말 자기를 돕고싶어 하지만 그러려면 자기도 나를 믿어줘야해."

 

저는 천천히 비리디안의 머리 근처에 있는 꽃병으로 손을 뻗었습니다. 제 계획은 그 꽃병을 남편의 머리위에 내려치는 것이었죠.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일어난 모든 일은 너무 갑작스러웠고 군데군데 기억이 희미합니다. 애런은 딸을 찌르려 했지만 제가 재빨리 비리디안을 당겨 안았고 반대쪽 손으로 꽃병을 그의 머리에 내리친 뒤 재빨리 도망쳤습니다.

 

애런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지만 저는 그가 우리를 추격하고 있음을 확신했기때문에 도움을 청하는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이웃집의 불이 켜지기 시작했고 한 집의 문이 열리는 기미가 보이자 저는 즉시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애런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여자가 저희를 들여보내주고는 문을 쾅하고 닫은 뒤 굳게 잠가버렸습니다. 애런은 계속해서 내 딸을 죽여야한다며 소리를 지르고 문을 두드려댔어요. 여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5분도 안되어 도착했고 애런을 체포했습니다. 그는 내 딸을 죽이려고 창을 거의 반쯤 다 부숴놓았죠.

 

이 모든것이 3년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애런은 심각한 조현병 진단받아 정신병동으로 보내졌습니다. 그 안에서도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제 딸을 죽여달라고 설득하려 했기때문에 면회도 완전히 금지된 상태에요. 비리디안은 이제 3살이 되었고 걸어다니는 것은 물론 말도 아주 잘 합니다. 애런은 치료를 받아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그를 완전히 포기했어요. 하지만 제가 나중에 알게 된 것은 그의 가족 중에 조현병환자는 단 한명뿐이었는데 그 마저도 그의 어머니의 아주 먼 친척인데다가 누구에게서도 발현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 역시도 어떤 증상도 보인적이 없고 치료기록조차 없으니 이 점은 굉장히 이상하죠. 아무튼 지금 저는 정신적으로 아주 건강하고 저와 제 딸에게 다정한 약혼자가 있어요. 최근 제 딸을 보는 그의 표정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요.

 

 

 

 

 

 

 

 

길진않지만 시간이 좀 걸렸던것이,

가능한 너무 자극적이지않게 옮기려

고민하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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