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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번역/단편

[레딧공포번역글]영안실의 응급상황.

by 김B죽 2023.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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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안실은 병원안에서 유일하게 응급상황이 없는곳이야."

 

내 선임자가 첫 근무일에 해 주었던 말입니다. 이 조언은 내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되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할때마다 떠올리는 말이 되었습니다. 오늘 밤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주변을 둘러 본 뒤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숙직실로 돌아와 문을 잠갔습니다.

 

그때 전화가 울렸죠. 윗 층에서 일하는 의사가 또 어떤 운없는 사람을 하나 사망선고를 내렸으니 옮겨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서류작업은 되었는지 물었고 그는 그저 제 일이나 똑바로 하라고 말했어요. 전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그 불쌍한 영혼은 이미 죽었으니 누가 봐도 응급상황은 아니었고 제 일이 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아니더라도 저는 최소한의 원칙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입니다. 함께 일하는 사이에 상호 존중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고 제가 굳이 참을 이유도 없었으니까요.

 

전화가 다시 울렸습니다. 내일 아침에 전문가들이 시체를 조사할 수 있도록 보관하게 해달라는 검시관의 전화였죠. 그녀는 친절했고 저는 보관용 냉동고의 문을 열어 시체를 옮기게 해주었습니다. 사건이 조금 민감하니 주의해달라고 들었지만 저는 그닥 신경쓰지 않았어요. D열의 3번 락커 안에 시체를 넣고 서류작업을 마친 뒤 저는 냉동고의 문을 닫았습니다.

 

전화가 세번째로 울렸습니다. 어떤 희미한 목소리가 저에게 3D냉동고에 있는 시체에 무슨일이 생긴건지 궁금하지않은지 물었고 저는 아니오. 하고는 전화를 끊었어요. 호기심 같은 건 응급하지 않습니다. 그야 내일 아침이 되면 3D냉동고의 사체에 무슨일이 있던건지 신문에서 떠들어댈테니까요. 오늘 밤은 아니더라도말입니다.

 

누군가 숙직실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저는 보안카메라의 화면을 들여다보았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저도 나가볼 이유가 전혀 없었죠. 보이지않는 존재 역시도 응급상황이 아닙니다.

 

무언가 벽을 세게 치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보안기록을 즉시 확인했고 3D냉동고의 문이 활짝 열린 것을 보았습니다. 다른 냉동고의 문 역시도 열리고 있었습니다. 시체들은 기어오르고 으르렁대며 쉿쉿대는 소리를 냈습니다. 어떤 시체는 방을 빠져나가려 몸을 문에 부딪혀대고있었죠. 

 

"열심히들 해보라고."

 

저는 히죽히죽웃으며 말했습니다. 정체불명의 액체와 신체부위들이 방 안을 어지럽게 날아다닙니다. 내일 아침 근무조와 전문가들은 꽤 즐거운 하루가 되겠군요. 되살아난 시체들 역시 응급상황은 아닙니다. 저는 하품을 하고는 금새 잠에 들었어요.

 

아침 7시 알람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저는 전문가들이 전부 방호복을 입고 손에는 총을 든채 도착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천천히 진입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몸놀림으로 시체들을 제압한 뒤 부검대위에 올려놓는 것을 지켜보았죠. 저는 그들이 일하는 것을 보는걸 아주 좋아합니다. 저는 항상 제 동료들에게 만약 어떤 종말의 위기상황이 찾아온다면 저는 이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해왔어요. 물론 지금은 그들과 함께 할 상황이 아니지만요.

 

아침 근무자들은 8시에 도착합니다. 저는 그들에게 모니터화면을 보여주었고 아직 전문가들의 일이 끝나지않은것을 확인하고 함께 커피한잔을 하기로 했죠. 전 작업일지에 지난밤의 일들을 재빠르게 적어내려갔고 "응급상황 없었음."으로 끝맺었습니다.

 

 

 

 

 

 

 

짧은데 재치있게 잘 쓴 글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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