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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번역/단편

[레딧공포번역글]죽은 아내와의 대화.

by 김B죽 2023.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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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시계를 한 번 더 확인했다.

 

2분.

 

오래된 전화기가 붙어있는 벽 옆으로 의자를 당겨 그 앞에 앉은 나는 뱃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도 벌써 몇 번이나 반복했으니 익숙해 질 법도 한데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언제나 너무 불편하단말이지.

 

1분.

 

내가 이 순간을 위해 미리 질문할 것을 적어 둔 종이 위로 시선을 옮겼다. 막상 일이 시작되고 나면 시간이 많지 않기때문에 준비는 매우 중요하다.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겪으며 오늘이 왔고 이번에는 그저 기다리며 기회를 낭비하지 않을 것 이다. 비록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이 기회를 활용해야겠지.

 

10초.

 

그녀와 다시 한 번 이야기 나누기까지 단 10초의 시간만이 남았다. 10년 전 그녀가 죽은 정확한 시간까지 단 10초. 내게서 그녀를 앗아간 누군가는 10년째 붙잡히지 않았다. 핸드폰을 꺼내 1분의 타이머를 맞추고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그 순간 벽에 붙어있는 전화기가 울렸다.

 

나는 타이머의 시작버튼을 누르고 수화기를 들었다.

 

"에이바?"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너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대화를 시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2016년에 있었던 일을 반복하려는 게 아니라면 말이지.

 

"마크? 당신이야?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거지? 그리고 여기 왜 이렇게 추운거야?"

 

수화기 반대편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대답해왔다.

 

"괜찮아 여보. 걱정할 것 없어."

 

나는 최대한 그녀를 진정시키려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면서도 내 눈은 타이머의 시간에 고정된 채로 대화를 진전시키려 애썼다.

 

"아, 여보 내가 물어볼 게 하나 있는데 혹시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

 

"나는...음...산책을 하고 있었어. 집 근처 호수가를 걷고 있었는데 누가...누가 날 밀쳐서..떨어졌던 것 같아.."

 

좋은 신호였다. 이번에는 그녀의 기억이 한 층 더 또렷하다.

 

"에이바, 혹시 그 사람이 무슨 색 후드티를 입었었는지 기억나? 잘 한 번 생각해봐."

 

"뭐라구?"

 

"잘 생각해봐 자기야."

 

"아마...파란색이었던 것 같아..떠밀릴 때 본 기억이 나..."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런데..호수에서 빠져나온 기억이 없어."

 

"자기야 질문이 한 개 더 있는데."

 

나는 그녀가 다른 생각을 떠올리지 못하게 하려고 말을 걸었다.

 

"마크,내가..죽은거야?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나는 한숨을 내 쉬며 펜을 들어 노트에 새로 얻은 정보를 적어내려갔다. '범인은 파란색 후드티를 입었음.' 이 정보는 그녀의 죽음과 연관된 세 명의 용의자를 추려낼 아주 중요한 단서였다. 이제 단 한 번만 더한다면 그녀를 죽인 게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거지?"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마크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 내가 왜 여기있는거야? 왜 이렇게 추운거냐고!"

 

나에게 대체 무슨 일이냐며 소리를 지르던 그녀의 목소리는 수화기 너머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1년만 더.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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