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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번역/단편

[레딧공포번역글]다섯명이 함께 온 캠핑의 여섯번째 사람.

by 김B죽 2024.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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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누군가 우주밖에서 조명탄을 흔드는 듯 한 붉은 빛. 그것은 희미했지만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은 아니었고, 우리는 모두 UFO와 관련된 농담을 주고 받으며 각자의 텐트를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 때까지는 분명히 다섯명이었는데...저희는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지낸 사이로, 고등학교 졸업을 맞이해 이 캠핑여행을 왔습니다. 그리고 그 붉은 섬광은 아마 저희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텐트 세우기를 마무리하는 동안 사라져버린듯했죠.

 

데이브는 가장 먼저 텐트를 완성하고는 불을 붙일만한 나뭇가지를 찾으러 다녀오겠다고 했습니다. 그와는 작년에 주유소에서 함께 일 한 기억이 있는데, 외진 곳에 위치한 주유소에서 함께 야간근무를 서곤 했어요. 원래 그런 일은 지루하고 따분하지만 함께 근무를 설 때가 훨씬 나았죠. 한 쪽 구석에는 여전히 텐트 매뉴얼을 읽으며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동그란 안경을 만지작대고있는 에릭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에릭과 다른 애들만큼 친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는 함께 수학수업을 들었고 한 번은 제가 그의 숙제를 베낀 적도 있어요. 그리고 에이바는 제 사촌 샐리와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그 둘은 힘을 합쳐 텐트 하나를 같이 만들기로 한 모양이었습니다. 저 둘에 관한 기억도 아주 명확합니다. 학교에서 저희가 주로 모이는 자리에 모여서 놀던 기억들, 심지어 우리가 무얼하건 끼워달라며 조르던 에이바의 남동생까지 정확히 기억나거든요.

 

제가 이런 말들을 늘어놓는 것은 저를 포함해 전부 다섯명이 이 캠핑을 함께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데이브는 저희가 모닥불을 만들고 그 주변으로 의자를 세팅하는 동안 나뭇가지들을 주우러 갔고 그 사이 해가 떨어지며 숲이 조금씩 어두워지자 저는 좀 불편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숲의 기다랗게 늘어진 그림자가 저희 주변을 감쌌고 에릭이 손전등을 찾아 그의 가방을 뒤지는 동안 저희는 데이브가 너무 늦는단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얼마지나지않아 금새 데이브가 덤불을 헤집는 소리와 함께 등장했습니다. 그 즈음 저희는 자켓을 덮고 의자에 푹 깊이 앉아 불을 쬐고 있었어요. 날씨는 깜짝 놀랄만큼 금새 추워졌고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시작했거든요.

 

"이런, 어떻게 내 의자도 꺼내줄 생각을 아무도 안 할 수가 있냐."

 

데이브가 모닥불 주변에 나뭇가지를 넣으며 말했습니다.

 

저희는 분명 의자를 다섯개 꺼내두었어요. 저는 상황을 이성적으로 이해해보려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머릿속이 더 멍해졌습니다. 그 전까지는 기억에 어떤 이상도 없이 명확하게 떠올릴 수 있지만 왜 데이브가 앉지않았는데도 다섯개의 의자가 전부 차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려하면 마치 누군가 제 머릿속에서 생각을 끄집어내는듯이 그 어떤 사고도 할 수 없었어요. 그 순간 본능적으로 제가 느끼던 불편함이 더욱 심해졌고 이제서야 왜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숲 전체가 너무나 고요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친구들의 얼굴에서 저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에릭은 계속해서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인원을 확인하고 이방인을 찾아내려했지만 뜻대로 되지않는듯보였습니다. 저는 모두의 얼굴을 살펴보았습니다. 다들 당황하고 패닉에 빠진듯한 모습이었어요 단 한명..

 

"음..괜찮아 뭐 의자야 내가 꺼내오면 되니까."

 

데이브가 침묵을 뚫고 말했습니다. 긴장이 조금 완화되었고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데이브에게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그는 저의 눈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희가 모닥불에서 텐트로 향하는 내내 저의 시선은 불가에 앉은 무리에게 고정되어있었죠.

 

"여기 지금 몇명이나 있는거야?"

 

주변을 아무리 뒤져도 우리가 챙긴 의자는 단 다섯개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데이브에게 제가 속삭였어요. 사실 모두는 각자 자기의자를 하나씩 챙겼으니 당연한 일이었죠. 의자가 꽤 무거워서 굳이 불필요한 추가의자를 챙길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다섯개 맞지? 의자 다섯개 말이야."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데이브가 대답했습니다.

 

"아니야. 아마 누가 의자 챙기는 걸 까먹은 게 아닐까싶네."

 

저는 데이브에게 대답하면서 제 머릿속에서 스스로를 납득시킬 그럴싸한 이유를 찾고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제 생각이 마치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저는 마치 꿈 속을 헤매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대체 여섯번째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하려 할 때마다 머릿속이 울리며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죠.

 

"그래 그럴 수 있겠네.."

 

데이브가 중얼거리고는 조금 진정이 되었고 저희는 모닥불가로 돌아왔습니다.

 

저희가 돌아왔을때는 두 개의 의자가 비어었있어요. 하나는 제 의자였고 하나는 데이브의 의자였죠. 마치 모든 이상한 일이 끝난 것 같이 보였어요 저희 모두 그렇지않음을 알고있었지만요. 샐리는 저희 모두가 먼 길을 걷느라 꽤 지쳐서 잠이 좀 부족한 것 같다 이야기했고 어쩌면 그녀의 말이 옳았을 수도 있겠네요. 저희 모두 일찍 출발하기 위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거든요. 마침 에이바가 마실 것을 꺼내와서 우리는 여섯개의 캔을 모두 각자 챙겼습니다.

 

저희는 타닥대며 타오르는 모닥불가에 좀 더 가까이 앉아 음료수를 홀짝대며 작년의 추억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에이바 혼자 집을 볼 때 있었던 이상한 일에 관해 이야기하던 도중 저는 불가의 온기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인 오한을 느꼈습니다. 제가 놓쳤던 한개의 끔찍한 사실. 그것이 떠오르자 그 전까지 느껴지던 편안함과 안락함이 순식간에 전부 잘못된듯한 기분이었어요.

 

"누가 불을 피웠더라?"

 

제가 에이바의 이야기를 완전히 끊어버리자 집중해서 듣던 모두는 짜증이 난 얼굴로 저를 쳐다봤지만 그 누구도 대답을 하지않았습니다. 저는 다시한번 일렁대는 불빛에 희미하게 보이는 모두의 얼굴을 살펴보았어요. 제가 알고있는, 그리고 공포로 하얗게 질린 얼굴들.

 

"데이브 아니었나?"

 

에릭이 물었습니다.

 

데이브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제니 뒤에 있는 사람아니었어?"

 

샐리가 제 뒤편을 응시하며 말했습니다. 저는 고개가 아플정도로 재빨리 돌려 뒤를 보았고 귓가에 쿵쿵하고 뛰는 제 심장소리가 들렸어요. 하지만 제 뒤에는 완전히 어둠에 싸인 숲만이 있었습니다. 그 높다랗고 새카만 나무들을 보고있자니 저는 노려지는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마치 광활한 평야에 남겨진 길잃은 작은 새가 된 기분이었죠.

 

"잠깐만 그러니까..나..나도 잘 모르겠어."

 

샐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사시나무떨듯 떨며 말했습니다. 샐리는 에이바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진정시키려 하는 동안 계속해서 주변을 미친듯이 둘러보았어요.

 

"아무래도 여,여기서 버,벗어나야 될 것 같아."

 

에이바가 더듬거리며 말했습니다.

 

"그래 여기 뭔가 좀 이상해 정확히 딱 짚어서 말 할 수는 없지만.."

 

데이브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숲이 너무 어두워서 지금 나갔다가는 길을 잃을텐데?"

 

누군가가 말했어요.

 

"그래 일단 자고 날이 밝자마자 떠나는 게 낫겠어."

 

에릭이 그 말에 동의하며 대답했습니다.

 

저는 무언가 반박하려했지만 에릭의 말이 옳다 생각했어요. 숲의 메운 짙은 어둠속에서 네비게이션은 어떤 쓸모도 없을 것이 분명했으니까요.

 

"그럼 만약을 위해서 텐트에서 함께 자는 것 어때?"

 

샐리의 제안에 저희는 모두 동의했습니다. 저희는 각자 텐트를 하나씩 가져왔지만 그 안에 두명이 들어갈만한 공간을 만드는게 불가능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렇게 한다면 밤중에 혼자가 되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며 저희는 각자 짝을 지었어요. 저와 데이브 그리고 샐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에이바와 함께 짝을 지었죠. 저희는 계속 자기만 혼자라며 투덜대는 에릭에게 짝이 있다며 안심시키려 했지만 그는 받아들이지않았어요. 저는 어느순간 저희는 다섯명 뿐이고 계속해서 어떤 공터로 조금씩 움직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왜 우리가 계속 여섯명이라고생각하는거지?"

 

에릭이 물었습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은 땀에 젖어있었어요. 저희는 누군가 있다는 착각하에 에릭을 혼자 내버려 둘 뻔 한 상황이었죠. 저는 속이 뒤틀리는듯한 기분을 느끼며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여기있는 모두를 떠올리려 애썼어요. 머리가 어질어질했지만 계속해서 집중했습니다.

 

"나랑 데이브, 에릭, 에이바, 샐리 그리고..."

 

저는 모두를 한명씩 가르키며 이름을 말했어요. 제 손가락이 샐리를 지나친 순간 저는 몸을 숙이며 먹은 걸 모두 토해냈습니다. 마치 누군가 제 왼쪽 머리를 칼로 찌르기라도 한 것 같은 엄청난 격통이느껴졌죠. 시야가 흐릿해졌습니다. 데이브는 제가 쓰러질 뻔 한 것을 받아주었고 누군가 모닥불의 불을 끄자 저희는 말없이 텐트쪽으로 이동했습니다.

 

데이브가 저를 텐트에 누울 수 있게 도와주는동안 남은 네 사람은 바깥에서 어떻게 할지에 대해 상의를 이어나갔습니다. 머리를 세게 때리는듯한 고통의 물결속에서 저는 밖에서 들리는 대화를 아주 조금밖에 들을 수 없었어요. 샐리가 세개의 텐트 입구를 한데 모아 누군가 침입하기 어렵고 만약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빨리 서로를 도울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고 데이브가 밖에 나가 친구들을 도우려했지만 저는 데이브에게 함께있어달라부탁했어요.

 

텐트를 조정하는데 시간이 약간 걸렸고 어느정도 정리가 되고나자 저는 좀 괜찮아졌습니다. 저희는 빠르게 인원을 체크해 5명임을 확인했어요.에릭은 여전히 텐트에서 혼자 자야했지만 그래도 텐트를 가까이 모으고나자 한결 나아보였죠. 돌이켜생각해보니 아마 에릭은 저희를 위해 보란듯이 더 용감한척을 했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를..에릭을 혼자 자도록 내버려 둔 그 순간을 정말 깊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에릭은 언제나 항상 무리내에서 좀 겉돌고 있었고 누구도 그와 자려하지 않을거라는걸 알았을거에요. 침낭에 들어가기전 저희는 해가 뜨면 곧바로 떠나자는데에 동의했습니다.

 

저는 잠에 들기직전 텐트밖의 숲을 내다보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에 나뭇가지가 부드럽게 흔들렸고 평지 너머로는 완전한 암흑뿐이었죠. 마치 나무들이 저를 향해 가까이 기울어지고 있는듯했어요. 희미한 달빛이 평지를 비췄고 저희가 내버려둔 두개의 텐트쪽으로 고개를 돌렸을때 거기엔 누군가가 서 있었습니다.

 

그 모든 상황들에 불구하고도 저는 잠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

 

저를 깨운것은 한밤중에 울려퍼진 에이바의 날카로운 비명소리였어요. 데이브와 저는 텐트 밖으로 나와 에릭의 텐트밖에 서있는 에이바와 샐리를 발견했습니다. 저희는 그 둘을 밀어냈어요.

 

에릭의 침낭은 돌돌 말려있었습니다. 에릭이 그대로 안에 있는채로요. 텐트 한가운데 놓인 그의 얼굴은 엄청난 고통으로 일그러져있었어요. 에릭의 나머지 신체부위들은 검붉은 피로 뒤덮인 푸른 천위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데이브는 지퍼를 올려 텐트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에이바는 충격에 빠져 촉촉하게 젖은 눈이 마구 흔들리고 있었죠. 사시나무떨듯 떨고있는 샐리의눈에서는 눈물이 마구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데이브는 손전등을 집어들고 저희에게 일어나서 달리라고 소리쳤어요.

 

저희는 캠프사이트를 떠나 저희가 왔던 산책로에 들어섰습니다. 저희 다섯은 함께 뭉쳐 걸었어요. 희미한 손전등으로 앞을 비추고있는 데이브가 앞장을 섰죠. 두시간짜리 길이의 이 산책로에서 저희를 도울 것이라고는 손전등이 만들어낸 작은 흰 빛의 원 뿐이었고 달빛조차도 이 울창한 숲을 뚫고 저희를 비추기에는 무리였습니다.

 

에이바가 넘어지며 발목을 접질렀고 저희는 멈춰섰어요. 누군가가 부목을 댈 줄 아니 걱정말고 계속 뛰라고 했죠. 그러나 그들은 에이바를 숲으로 끌고들어가버렸습니다. 모든것이 너무 빠르게 일어났고 저희는 무슨일이 일어나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했어요. 에이바를 뛰따르려는 샐리를 데이브가 붙잡았지만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는 에이바의 비명소리를 따라 숲 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저도 그녀의 뒤를 따르려했지만 데이브가 저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어요.

 

"여기서 도망쳐야돼 제니 제발."

 

저의 망설임은 계속해서 에이바의 이름을 외치며 그들을 뒤쫓던 샐리의 목소리가 갑작스럽게 끊긴 순간 사라졌습니다. 데이브와 저는 이곳에서 도망치기위해 계속 길을 따라 저희가 주차해둔 차를 향해 달렸어요. 그것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었기도 했죠. 어느순간 저는 세명이 함께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데이브와 저는 함께 달리고 있었고 누군가 바로 뒤에서 저희를 따라 뛰고 있었어요.

 

"데이브. 우리 뒤에 있는거 누구야?"

 

제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습니다. 심장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고 다리는 불타는 것만 같았죠. 데이브는 고개를 돌려 저를 쳐다보았고 그의 얼굴은 혼란에서 공포로, 그리고는 분노로 뒤바뀌었어요.

 

"계속 뛰어."

 

데이브는 그렇게 말하고는 주머니에서 칼을 꺼냈습니다. 그가 차키를 저를 향해 건네주고는 갑작스럽게 몸을 돌려 저희 뒤를 따라오던 누군가에게 달려들었어요. 저는 뒤에서 들리는 몸싸움 소리가 더욱 커지자 두려움에 떨며 계속해서 달렸습니다.

 

그렇게 구르고 넘어지며 달리는 것은 마치 몇시간이나 되는 것 처럼 느껴졌죠. 그럼에도 저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길을 벗어나 주차장에 들어선 저는 눈물이 터져나올 것 같았어요. 하지만 낭비할 시간따위는 없었습니다. 저는 차로 뛰어들어 시동을 걸고 숲을 벗어나 단 몇 초만에 고속도로에 진입했습니다.

 

*

 

저는 휴게소에 들러 이 글을 작성하고있습니다. 마침내 핸드폰의 신호가 잡혔고 911에 전화를 걸어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했지만 제 말을 별로 믿는 눈치는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사람을 보내주겠다고 했어요. 기다리는동안 마침내 해가 뜨기 시작했네요. 작성완료를 누른 뒤에 뒷좌석에 앉아있는 친구가 대체 왜 이렇게 조용한건지 확인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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