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가 셔츠를 들어올려 그녀의 배를 뒤덮은 비늘형태의 발진을 보여주었어.
"응급실에 가봐야될까?"
그녀를 병원에 가게 둘 수는 없지.
"세탁소에서 세제를 바꿨나본데. 괜찮을거야 자기야."
물론 거짓말이지만.
"확실해? 아침에는 이정돈 아니었던거같은데.."
"내일 아침에 보고 안 나아지면 응급실에 가보자. 별거 아닐거야. 그보다 내가 자기를 위해 준비한 게 있어."
나는 그녀를 데리고 지하실로 향했어. 그곳은 내가 이미 커다란 화면에 닌텐도 스위치를 연결해두었고 분위기를 띄우기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초를 켜 둔 상태였지. 아내가 좋아하는 탄산수도 얼음통에 담아둔채로 말이야. 냉장고에 저게 남아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어.
가게에는 갈 수 없거든. 모두 다 닫았으니까.
"이게 다 뭐야?"
아내가 물었어.
난 대답없이 TV를 켰고 스타듀밸리의 시작화면이 떠올랐지. 아내가 이 게임카트리지를 가지고 있던게 이보다 다행스러울 순 없었어. 와이파이 공유기따위는 가져다 버린지 오래야.
"당신이 게임하는거 보고싶어서."
아내는 깔깔대며 웃었어.
"뭐? 당신 이 게임 싫어하잖아."
"그렇게 말 한 적은 없는데."
"그랬거든?"
그래. 그랬지.
"아니야."
또 다른 거짓말.
"그냥 나랑 좀 안맞는다고 했었지. 아직 업적 다 끝내지도 못했잖아! 요새 많이 바빴잖아. 오늘 밤에 끝내는 건 어때? 난 당신이 게임하는거보고싶어!"
"몇시간은 걸릴텐데.."
"잘됐네 신난다!"
스타듀밸리는 내 아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야. 아내는 두시간정도 게임을 진행하다가 자기 핸드폰을 찾기 시작했어.
그녀가 핸드폰을 쓰게 할 수는 없어.
"진짜 미안해 자기야..내가 자기 핸드폰을 실수로 망가뜨렸어."
"뭐?"
"내 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자기걸 쓰려다가 망가뜨렸어. 내일 아침에 새걸로 꼭 사줄게."
그녀는 내게 화를 내려했지만 내가 평화적인 해결책을 제시했고 우리는 기념일날 마시려고 아껴뒀던 와인을 꺼내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그녀가 게임의 업적을 끝내는 동안 와인도 바닥이 났지. 그녀는 자리에 누워 기분이 안좋다고 말했어.
"와인 마신 것 때문에 그런가봐."
거짓말.
"물 좀 가져다줄게.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컵에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빨대도 꽂아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가 말했어.
"당신이 내 세상의 전부야. 사랑해."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
그녀도 내게 사랑한다며 대답해주었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가 알게 할 수는 없어.
만약 그녀가 오늘 집을 나서거나 핸드폰을 사용했다면 오늘 발표된 소식을 접했겠지.
질병관리국은 그걸 '세계살인자'라고 불렀어. 변종 뇌염바이러스의 변이종으로 잠복기는 약 6개월. 아무런 증상도 없이 6개월동안 공기중에 떠다니는데다 전파력도 매우 강력한 끔찍한 바이러스말이야. 그들은 이미 전세계의 96%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추정했어. 6개월이 지나면 배에 발진이 나타나고 점점 나빠져. 그리고는 20시간도 안되어 뇌가 터져서 사망해 죽는거야.
내 아내는 아침이면 죽게될거야. 난 적어도 아내가 마지막밤은 평안하게 보내길바라며.. 그녀의 열이 뜨겁게 오르고 있는 이마에 키스해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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